'월 인' 월광 소나타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월인 박성진



"월인"

월광 소나타


– 월인 박성진


I.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Adagio sostenuto)


달빛이 흘러 들어온다,

내 방 창문을 열지 않았는데도

그대의 숨결처럼 조용히,

건반 하나 눌리지 않은 피아노에

은빛 잎사귀로 내려앉는다.


나는 듣는다

내 귀가 아니라 마음의 귀로—

베토벤이 그리 했듯,

사랑조차 들리지 않던 날에도

달빛만은 내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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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알레그레토 (Allegretto)


은은한 호수에 조각배가 떠 있다

달은 그 위에 등을 기대고

그대는 웃으며 내게 말을 건넨다

"이 음악, 어디서 처음 들었나요?"


나는 대답하지 못한다

그 순간 모든 대답은 침묵이어야 했기에

그대의 눈동자에 물결이 번지고

달빛은 잔잔한 눈물로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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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프레스토 아지타토 (Presto agitato)


운명은 때로 너무 아름다워

숨조차 쉴 수 없게 만든다

달이 내리는 그 밤

나는 모든 별의 이름을 다 잊고

오직 그대의 이름만을 불렀다


세상의 소음은 물러가고

남은 것은 단 하나—

피아노의 마지막 울림,

그대의 마지막 숨결

그리고 나, 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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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 달빛의 건반 위에 핀 낭만


이 시는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3악장의 흐름을 시적으로 변주한 낭만적 소나타시입니다.


1악장(Adagio sostenuto): 느리고 고요한 서정 속에 달빛과 고독, 내면의 소리가 그려집니다. ‘마음의 귀’라는 구절은 예술가의 절대청각을 상징합니다.


2악장(Allegretto): 낭만의 중간 악장. ‘그대’의 등장으로 사랑의 그림자가 물결처럼 번지며, 언어보다 깊은 감정이 흐릅니다.


3악장(Presto agitato): 감정의 폭풍이 몰아칩니다. ‘오직 그대의 이름만’이란 절창은 운명적 사랑과 고독한 예술가의 운명을 겹쳐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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