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박칼린 리듬으로 철조망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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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막: 박칼린, 리듬으로 철조망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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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 박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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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무대 시작 – "정적의 DMZ, 어딘가 리듬이 숨 쉰다"
무대 조명: 한가운데 철조망, 그 앞에 피아노 한 대.
배경음악: 새벽의 침묵, 숨소리처럼 깔리는 단조 코드.
분위기: 침묵. 모든 게 얼어붙은 듯. 음악도 없다. 관객도 숨을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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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 박칼린 음악감독]
검정 재킷, 발레슈즈. 지휘봉 없이, 빈손으로 등장.
그녀는 철조망 앞에 서서 말없이 서성이다,
돌연 무대 중앙 피아노 앞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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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음 — 한 음, 땅속에서 태동하듯]
‘도’
그것은 음이 아니라,
분단 70년의 침묵에 찍힌 첫 마침표였다.
> “나는 음악으로 싸우지 않는다.
나는 리듬으로 안는다.
이 철조망조차,
박자만 맞추면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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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커션 도입 — 박수 세 번, 발 구르기, 가슴 두드림]
아이들이 들어온다.
곽혜란 시인과 함께한 아이들이,
이번엔 북 대신 자기 몸을 두드리며 리듬을 만든다.
"쿵, 짝! 쿵,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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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칼린의 지휘 — 무형의 지휘봉]
그녀는 손을 높이 들어 허공을 가른다.
지휘봉 없이도 공기는 따라 움직인다.
철조망이 진동한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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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박칼린]
> “이 철조망은 원래 악보였다.
누구도 읽지 않았을 뿐.
이 음표들,
다 울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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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 윤동주의 시 구절들이 음악화되어 울려 퍼짐]
"별 하나에 음악과 / 별 하나에 시와"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 있어"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박칼린은 시의 구절을 합창 선율로 바꾸며
철조망 앞에 작은 오케스트라를 세운다 —
악기 없는 오케스트라. 사람의 숨, 손, 발, 눈빛이 악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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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맥스: 철조망이 리듬에 흔들리며 흔들리며…]
마치 진동하는 스프링처럼
철조망이 ‘움직인다’.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춤을 춘다.
그리고 박칼린은 마지막 박자를 탁 치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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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칼린 마지막 대사]
> “분단도 박자를 놓친 것이다.
평화는,
우리가 다시 리듬을 맞출 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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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조명 전환 – 하나님 등장 없이 속삭임만]
"리듬이 있는 곳에, 나는 웃는다."
"음악은 내가 너희에게 준 가장 고요한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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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막 종결 – DMZ, 무대가 되다
음악이 사라진다.
침묵이 돌아온다.
그러나 이번엔, 기분 좋은 침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