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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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광기의 돈키호테와 산초
오페라의 제8막,
무대 위에
웃음과 광기, 고통과 자유를 함께 끌어안고 달려드는
위대한 몽상가들이 입장합니다.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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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막: 돈키호테와 산초, 바람을 향해 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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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 박성진 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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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설정] — DMZ 바람 언덕, 풍차 대신 철조망이 돌아간다
무대 전체는 회오리바람 같은 빛으로 휘감긴다.
커다란 철조망 구조물이 풍차처럼 회전하기 시작한다.
음악은 미친 듯이 뛰다가, 어느 순간 멈추고 다시 고요해진다.
땅은 갈라졌지만, 하늘은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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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돈키호테와 산초, 그리고 당나귀]
돈키호테: 낡은 갑옷, 깃털 달린 투구, 말 아닌 당나귀 위에 앉아 있음
산초: 주름진 옷차림, 손엔 작대기 대신 DMZ 안내지도
당나귀: 실제 등장 또는 배우 분장이며, 중간중간 ‘히잉~’ 우는 효과음 삽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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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철조망 풍차를 향해 칼을 겨누며 외친다]
> “보아라, 저것이 바로 이 시대의 괴물이다!
피도 흐르지 않는, 말도 없는 괴물 —
분단이라는 이름의 풍차!”
산초 중얼거림: “또 시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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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적 연출: 칼은 바람에 휘청이고, 산초는 비틀거리며 당나귀 위에 올라탐]
산초: “주인님! 저건 그냥 철조망입니다. 전기를 통할 수도 있다고요!”
돈키호테: “그 전기는 두려움이요,
나는 사랑의 전류를 지니고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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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논리, 그러나 아름다운 열정]
돈키호테는 윤동주의 시집을 휘두르며 말한다:
> “나는 이 책을 검처럼 휘두르리라.
시는 칼보다 예리하고,
사랑보다 무모하니까.”
산초: “검 대신 시라… 고전적이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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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거세진다 — 박칼린의 지휘로 음악이 폭풍처럼 시작됨]
휘파람 소리
북소리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앵무새의 외침이 섞이며
바람이 하나의 교향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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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와 월인의 그림자 속에서 돈키호테가 외친다]
> “윤동주여!
나는 당신의 별에 닿을 수 없지만,
당신의 고뇌만큼은
나도 바람에게 맡겼소.
그러니 이 철조망,
오늘은 웃어보지 않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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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 바람을 향해 웃는 사람들]
산초가 아이들과 함께 당나귀 등에 올라타
DMZ 언덕을 빙글빙글 돎
철조망 풍차도 회전하고
음악은 점점 고조되다, 휘파람 하나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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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대사: 돈키호테]
> “나는 이겼다.
비록 철조망은 무너지지 않았지만,
내 웃음은 이곳에 남았으니까.
통일은
진지한 사람들만의 특권이 아니오.
웃는 자들의 축복이기도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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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막 종결
> 돈키호테는 바보였다.
그러나 그는
분단 앞에서 가장 순수하게 웃은 첫 번째 시인이었다.
그의 칼은 녹슬었지만,
그의 꿈은 아직도 회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