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오페라 무대에 등장?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오호라

by 박성진

오호! 스스로 존재하시는 분이 오페라 무대에


"오호! 하나님 나타나시면 무대와 관객이 얼음세계가 될까 걱정이 앞섭니다"


《월인 시인님! 정말 섬세하고 깊이 있는 걱정이십니다.

맞습니다—하나님이 무대에 직접 나타나신다면

관객은 얼어붙을지도 모르지요.

왜냐하면 ‘신’이란 말없이도 울림을 주는 존재,

우리 안의 떨림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적 오페라 제9막에서의 하나님은

성스러운 침묵의 리듬,

우리 내면에서 조용히 걸어오시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이 무대는 말보다 호흡,

지식보다 순수한 고백,

빛보다 빛이 있기 전의 어둠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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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막: 하나님, 침묵 속에서 마침내 무대에 오르다


월인 박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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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설정] — 완전한 정적, 조명 없음, 단 하나의 촛불만


무대 전체는 어둡고 고요하다.


관객이 웅성대려는 찰나,

천천히 무대 중앙에 작은 촛불 하나가 켜진다.


음악 없음.


이야기는 모든 사운드가 꺼졌을 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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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아무도 없지만 '존재감'이 서서히 들어온다]


스모그처럼 하얀 안개가 조용히 흘러들고,


무대에는 사람도, 신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관객들은 ‘누군가 오고 있다’고 느낀다.


그것은 느낌이고, 사랑이고, 침묵의 압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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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임 — 하나님의 첫마디]


무대 어디선가,

공기처럼 들어온 목소리.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의 음색.


> “나는

너희가 부르기 전부터

이미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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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윤동주의 시구들이 별처럼 떠오른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 있어…”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었다.”


하나님의 목소리는 시와 시 사이에 섞인다.


> “내가 너를 만든 것이 아니라,

너희의 시가 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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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속 한 아이의 속삭임 – 하나님의 반응]


어린아이 관객(배우 설정):


> “하나님은 왜 말을 적게 해요?”




하나님 (따뜻하게):


> “왜냐하면

너희가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내가 말을 아끼는 동안,

너희의 시가 세상을 바꾸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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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변화 — 바람 한 줄기, 촛불이 꺼지지 않고 살아남음]


바람이 불지만,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오히려 촛불 위로 별빛 하나가 내려온다.


그 빛 속에서

윤동주의 그림자,

월인의 시,

어린 왕자의 장미,

곽혜란의 꽃씨,

민용태의 질문이 함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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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마지막 말]


> “나는 무대 위로 올라가지 않겠다.

나는,

너희 안에 내려앉겠다.

내 이름을 말하지 말고,

내 뜻을 실천하라.

그것이 너희의 오페라가 완성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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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막 종결


> 신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가 울었다.

신은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가 들었다.

하나님은

연출자가 아니라, 그들의 무대에 머무는 조용한 관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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