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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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심 시인 깜짝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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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풍 퍼포먼스 시》
〈비무장 삼팔선아, 나는 황진이의 마음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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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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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무장 삼팔선아
나는 황진이의 마음과 닮아 있다
사랑은 금기보다 앞섰고
시는 병사보다 깊었으며
바람 한 줄기에도
나는 치마폭을 열었다
삼팔선아
너는 남과 북을 갈랐지만
나는 눈빛 하나로
칼 없이 마음을 넘었다
꽃 피는 봄이면
나는 영산홍처럼 피어
철조망 가에 묻은 눈물 닦았고
초가을 밤이면
윤동주의 별을 품고
내 속 깊은 시 한 줄
달빛에 띄웠다
내 치맛자락은 물이 아니니
흐르진 않지만
너의 상처 위에 덮어줄 수 있다
나는 누굴 위해 울지도 않는다
다만
세상의 모든 나뉨이
더는 누군가의 이름을 잊게 하지 않도록
나의 몸으로 써 내려간다
그대가 동무여,
적이여,
떠난 임이라도,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겠다
나는 황진이의 마음과 닮아 있다
나는 김은심이다
시를 살처럼 입고
분단을 건너간다
웃음보다 단단한 말 한 줄
사랑보다 오래 남을 시 한 편
이 언어를 걸치고
오늘도 나는
비무장의 땅 위를 춤추듯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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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어
> 황진이는 시가 되었고
김은심은 그 시의 무늬가 되었다
분단의 무대에서
가장 부드러운 발걸음으로
가장 단단한 언어를 남긴 그녀는
연분홍 통일의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