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퐁당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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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 풍덩 – 기발한 의성어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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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月人) 박성진 시인 作
1.
퐁당! 풍덩! 첨벙!
욕조 속에서 튀어나온 말들,
거품을 뒤집어쓴 채
의성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우리는 단지 소리냐?
감정도, 철학도, 울분도
우릴 통해 튀어나오지 않더냐!"
2.
가발을 쓴 ‘쾅’은
성질 급한 북소리를 버리고
느긋한 재즈 리듬을 흉내 냈다
‘탁’은 선풍기 앞에서 몸을 굽히며
“이젠 고요도 표현할 수 있다”
무거운 침묵조차 사운드라며
3.
‘펑’은 자기 존재를 폭발시켰다
"나는 오로지 파괴만 할 수 없어,
사랑도 펑, 고백도 펑, 슬픔도 펑!"
감정을 실은 폭죽처럼
별빛을 품고 터졌다
4.
그날 이후
국어사전은 그들을 다시 정의했다
“의성어: 소리를 흉내 내는 말” 아래
조그맣게 쓰였다
“단, 경우에 따라 혁명도 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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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의성어는 왜 가발을 썼는가?
이 시는 ‘의성어’라는 언어의 주변부가 스스로 주체가 되어 일으킨 상징적 반란극이다. 박성진 시인은 시 속에서 언어의 등급과 위계, 중심과 비주류라는 구조를 유쾌하게 비튼다.
‘퐁당’, ‘풍덩’, ‘쾅’, ‘탁’, ‘펑’처럼 자주 사용되지만, 늘 설명적 수단으로만 여겨졌던 의성어들이 이제는 감정의 근원, 존재의 표현자로 등장한다.
특히 ‘가발’은 이 반란의 핵심 상징이다. 본래의 모습을 감추고 새로운 정체성을 연기하려는 ‘탈바꿈’의 의지로, ‘가발을 쓴 쾅’은 폭력의 소리가 아닌 예술의 율동으로 변주된다.
이는 언어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율성을 향한 찬가이며, 시인은 이 반란을 통해 사전의 ‘작은 글씨’ 속에 혁명의 씨앗을 몰래 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