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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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김은심 시적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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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김은심
시적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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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 박성진 시인 각색, 각본
김은심
정말… 황진이 맞으세요?
기생이 아니라, 시인으로 남은 당신.
황진이
맞다.
기생이라 불렸지만,
나는 시를 팔지 않았지.
김은심
저는 시인인데, 아무도 불러주질 않아요.
무명입니다.
밤마다 시를 쓰고, 아침이면 사라져요.
황진이
사라지는 건 이름이지, 시가 아니다.
너는 사라지지 않아.
글이 남는다.
김은심
제 시는,
댓글 하나에 울고
좋아요 숫자에 주저앉아요.
시를 잘 쓰고 싶은데
안 나와요
황진이
나는 팔려서 살았고
시는 나를 다시 사게 했지.
그게 잘못된 건 아니었다.
내 정신은 나의 것이었으니.
김은심
저도 시를 팔아선 못 살아요.
그런데도 자꾸 써요.
누가 읽어주지 않아도요.
황진이
그게 시다.
팔리지 않아도
잊히지 않는 것.
김은심
당신은 이름이 너무 크잖아요.
그래서 버틸 수 있었던 거죠.
황진이
크면 무겁다.
무거우면 꺾인다.
내 시는
그 무게를 깨부순 기록일 뿐.
김은심
시장이 웃고
시는 울어요.
그래도 저는 시를 택했어요.
매일, 아주 조용히.
황진이
잘했다.
시는 조용한 자의 칼이다.
소리 없는 저항.
김은심
당신처럼 되고 싶었어요.
기생이 아니어도,
시인으로.
황진이
나는 기생이었기에
시인일 수 있었다.
벼랑 끝에서 보는 세상이
진짜니까.
김은심
당신의 시가
저를 천 번이나 살렸어요.
황진이
이제는 네 시가
다른 이를 살릴 차례다.
김은심
무섭지만 해볼게요.
당신이 웃어줬으니.
황진이
웃음은 시의 첫 문장이다.
그러니—
호호호.
김은심
흐흐흐.
황진이
이제 너를 부를 이름은
시인이다.
김은심
감사합니다.
이름 없이 살아왔지만
오늘, 이름 하나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