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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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에 깃든 시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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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에 깃든 시인의 꿈 — 미금역 나르지오 여사장과 황진이의 시대초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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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月人) 박성진 시인 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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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나 신발이라곤 고무신밖에 못 신어봤는데요
요즘은 하이힐도 시를 쓴다면서요?
“나르지오”라 하던가요?
걷기만 해도 운율이 철썩 붙는다던데요?
나르지오 미금 여사장
그렇소이다, 낭자
우리는 신발에 바닥 대신
시인의 심장을 깔았어요
한 걸음마다 감정선이 폭발하죠
황진이
오호라, 감정선이라...
조선 땐 치맛바람으로 남정네들 혼쭐 냈지만
이젠 발바닥으로 혼을 쏟아붓는 거군요?
나르지오
그렇소, 굽마다 운율,
끈마다 사유를 묶었어요
가격이요?
그건 말하기 민망하오.
낭자의 한 소절보다도 못하니 말입니다!
황진이
허허! 그리 말씀하시니 더 무섭소이다
“가격은 낮고 시상은 높다”
이거 조선에선 장가가기 딱 좋은 말이오
신랑 신발로 들이댈 판이오
나르지오
호호, 낭자
신랑 말고
신발이옵니다
이 신발은 사랑보다 시가 먼저 따라붙어요
신으면 시집가기 전에 등단 먼저 하십니다
황진이
에고머니나!
이 신발, 조선에선 사또가 빼앗아갈 판이오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신어봐야겠소
부디 발보다 마음이 먼저 들뜨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