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지오 신발 신고 철조망 넘는 황진이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각색, 각본 월인 박성진 시인



〈나르지오 신발 신고 철조망 넘는 황진이〉


월인(月人) 박성진 시인 作


1. 황진이


조선의 기생이 미금역에 나타났소

신발이 뭐요, 신발이?

하나 이 신발, 곱디고운 게

내 발끝에서 통일도 꿈꾸겠소이다


2. 나르지오 여사장


황진이 낭자, 그 신발은 그냥 신발이 아니오

하루 3만 보 걸어도 뒤꿈치 안 까지고

철조망도 살짝 넘을 정도로

디자인에 염원이 박힌 신발이라오


3. 황진이


호호호, 철조망이라니

나는 신발로는 담도 못 넘던 사람이오

하나 이 신발 신으니 기분이 우뚝 솟아

DMZ가 낮게만 보이나이다


4. 나르지오 여사장


그거 보이소, 낭자도 변했잖소

신발 하나 바꿨을 뿐인데

말투가 도약하고, 눈빛이 미래로 가잖소

신발이 사람을 바꾸는

미학의 신발이라오


5. 황진이


정녕 이 신발이 시의 여왕을 만든단 말이오?

나르지오, 자네는 여사장이 아니라

시인의 꿈을 신기는 마법사요

내 시집보다 더 감동이요 이 신발은


6. 나르지오 여사장


오늘은 할인도 없소, 낭자

이건 가격표 붙이면 시심이 무너지오

대신, 시 한 편으로 결제해 보시겠소?

‘신발의 미학’이란 제목으로 말이요


7. 황진이


그럼 내가 써주겠소

“신발 하나, 평화를 넘다

굽 위에선 통일도 유연하도다”

이래도 안 살 텐가, 나르지오?


8. 나르지오 여사장


이런! 시적 결제가 들어왔구려

오늘부터 나르지오는 신발도 팔고

시도 사고, 통일도 상상하오

황진이 낭자, 다음엔 힐 대신 부츠요!


황진이


나는 다시 내 살던

조선시대로 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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