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내숭 시인 박경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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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내숭이 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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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거울 앞, 조용한 작업실)
박경자 (혼잣말):
시보다 립스틱 색이 더 어려울 때도 있어요
내 마음을 들키기 싫어
내숭으로 시를 썼죠
부끄러움을 예쁘게 포장하는 시…
황진이 (문 열고 입장):
시를 포장하면 그건 포장지지
시는 벗기는 거요
속살까지 울려야 시가 되지요
박경자 (놀라며):
저… 저도 노력은 해요
하지만 이 세상,
솔직한 여자 시인에게 너무 가혹하잖아요
월인 박성진 (달빛처럼 등장):
그래서 그대는 내숭을 썼고
그 내숭이 뜻밖에
그대를 시인으로 만들어버렸죠
시란, 때로 가면 속 진심을 흘리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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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막: 내숭, 풍자가 되다
(무대: 작은 시 낭독회 무대. 박경자 마이크 앞)
박경자 (낭독):
〈내숭의 역사〉
처음엔 오빠를 위해 썼어요
오빠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순하고 청초하게
그다음엔 문학상 공모를 위해
문장에 가방 끈을 묶었죠
심사위원이 좋아하는 ‘깊이’로
이젠 알아요
내 시엔 립글로스보다
내 심장소리가 더 예뻐야 한다는 걸
(웃음과 박수)
황진이 (웃으며):
이제야 시인의 입이 열렸군요
립스틱으로는 안 되더니
진심 한 방울이 세상을 웃게 했소
월인 박성진:
해학은 슬픔의 옷을 입은 진심이오
풍자는 가려운 데를 긁는 언어
그대의 내숭은 이제 시의 유산이 되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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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막: 진심의 탈을 벗다
(무대: 세 시인이 함께 선 무대, 뒷배경엔 큰 거울)
박경자:
이제 더는 숨지 않겠습니다
내 마음이 웃을 때 웃고,
울 때는 눈물 흘리는 시를 쓰겠습니다
황진이:
잘하셨소 여인의 시는
바늘보다 섬세하고
장검보다 강할 수 있지요
월인 박성진:
진심을 감춘 사람은 많지만
진심을 드러내는 사람은 시인이오
그대, 오늘 진짜 시인이 되었소
(셋이 거울 앞에 나란히 선다.
거울엔 셋의 모습 대신, 하나의 펜만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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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셋이 함께 관객을 향해 웃으며 외친다:
“내숭이여, 시가 되다 — 웃음으로,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