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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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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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색, 각본 월인 박성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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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섬에서, 통일을 꿈꾸다 — 여섯 시인의 상상 서재》
1. 시적 입장 — 각자의 시 (1인 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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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의 시
〈진달래는 이제 북쪽에도 피었는가〉
가던 길 멈추고
나는 오래 북녘을 바라보았네
진달래 피던 고향 언덕에도
이제는 그 꽃이
붉게 물드는지
사람보다 꽃이 먼저 건넜다고
어느 봄날 소문 들었는데
나는 아직도
내 말 한마디
분계선을 넘지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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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의 시
〈침묵의 철조망〉
나는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침묵이여,
너는 철조망보다 강하다
사랑은
닫힌 경계도 열 수 있다 하였으니
이 통일 또한 사랑으로 얻을 것이다
그날이 오면
이 산하의 고요를
나는 다시 노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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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혜란의 시
〈가족은 기적이다〉
서로 닿을 수 없는 시간 속에도
우리는 같은 하늘을 숨 쉬었다
지문처럼 닮은 언어와 습관
밥을 짓는 온도까지 같았으니
분단은 우리를 찢지 못했다
단지 오래 안아주지 못했을 뿐
나는 오늘도
다시 시동을 건다
남과 북, 이름 앞에 ‘가족’이라는 단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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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용태의 시
〈돈키호테는 지금 평양을 향한다〉
바람개비를 적으로 삼았던
광기의 기사여
이제는 칼을 내려놓고
통일의 풍차를 돌리려 하네
언어는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
번역할 수 없는 것은
사랑뿐이라는 그 진실처럼
나는 시로 담장을 넘겠다
문학은 분단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연결을 기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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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칸트의 시
〈영구평화를 위한 시론〉
국경이 없었다면
인간은 전쟁을 덜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이성과 용기의 결합이다
영구 평화는
시민의 용기에서 시작된다
도덕법칙이 가슴속에서 말할 때
우리는 마침내 하나의 인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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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시
〈경계 없는 봄〉
나는 독일의 숲에서
바람을 들었다
그 바람은
압록강에도 똑같이 불어왔다
시는 경계를 모른다
꽃은 분단의 지도 위에서도 피어난다
그러니 봄이여,
남과 북을 공평히 적셔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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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적 대화 — 통일의 서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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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내 진달래는 북녘에도 피었을까. 어머니 품 같은 강원도의 봄이 그리워 나는 시를 쓰오.”
한용운:
“사랑은 경계를 부수는 힘이오. ‘그날이 오면’은 단지 정치의 날이 아니라, 영혼이 만나는 날이오.”
곽혜란:
“가족은 기적입니다. 남과 북은 원래 하나였고, 지금도 서로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 이름 앞에 시동을 걸어야 할 시간이에요.”
민용태:
“나는 언어의 바다에서 살았소. 스페인 시를 번역하며 느꼈지요. 언어는 시대와 경계를 잇는 배라는 것을. 그래서 저는 시로 평양을 향해 노 저으렵니다.”
칸트:
“도덕법칙은 통일의 출발점입니다. 정치는 이성을 따라야 하고, 이성은 인간의 존엄을 따릅니다. 남과 북의 통일은 감정이 아니라 윤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괴테:
“시는 국경을 몰라요. 내 파우스트도, 소월의 진달래도, 모두 같은 마음을 품었지요. 경계 없는 문학, 그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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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무리 합창 — 여섯 시인의 공동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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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시인의 합창:
“우리는 시로써 말하노라.
분단은 정권의 사유물일 수는 없으며,
통일은 문학의 필연이며,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야말로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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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월인 박성진의 해설:
이 여섯 인물은 시대와 공간, 사상을 초월한 시적 대화자들이다.
그들은 침묵 속에서도 말하고, 말속에서도 침묵하며,
분단이라는 비극을 시로 치유하고 있다.
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통일을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대화는 그 서사적 예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