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한국의 분단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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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극 제2막 ― 시의 자리, 분단을 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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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용태 시인 곽혜란 시인 시적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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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용태 시
〈나는 경계를 번역한다〉
나는 언어를 옮긴다
하지만
진짜 옮기고 싶은 것은
고요한 이산가족의 눈빛이다
단어는 경계를 모르는데
사람은, 왜
스스로 선을 긋는가
돈키호테가 바람개비와 싸웠다면
나는 침묵의 철조망과 싸운다
한 문장을 남쪽에서 북쪽으로,
그다음 문장을 북쪽에서 남쪽으로
단 하나의 시를 완성하고 싶다
그 시의 제목은
‘어머니’ 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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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혜란 시
〈문학은 선을 넘는다〉
시는 언제나 늦게 도착한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목적지를 잊은 적은 없다
나는 시를 기다리는 사람이다
탄광의 갱도에서,
이산의 부엌에서,
말 잃은 어머니의 입가에서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은
경계 위에서 주저앉은 언어에게
끝까지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나는 아직,
북녘의 시인 한 사람과도
편지를 나눈 적 없지만
이미 그들의 시를
가슴으로 번역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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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대화
민용태:
“나는 북쪽 말을 들을 때마다
문법이 아니라 숨소리를 먼저 읽습니다.
그 침묵 속에 쌓인 세월을,
사전은 기록하지 않지요.”
곽혜란:
“그래서 문학은 정의보다 느린 진실입니다.
분단을 말하려면 역사의 사실보다
사람의 자리를 먼저 써야 해요.”
민용태:
“분단문학이 당대에 멈추지 않으려면,
언어의 경계를 넘을 줄 알아야겠지요.”
곽혜란:
“저는 문학이 늘 ‘너머’를 지향한다고 믿어요.
시는 국경을 통과하는 유일한 비자 없이
건널 수 있는 영혼의 언어입니다.”
민용태:
“그래서 당신의 시가
밥 짓는 풍경 속에서
분단의 시간을 태우는 것을 압니다.”
곽혜란:
“그리고 선생님의 시가
한 문장을 번역하면서
하나의 겨레를 되돌려 놓으려 한다는 것도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