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인의 테크노 시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월인의 테크노 시



《월인의 테크노 시》


월인(月人) 박성진


1.


전깃불 아래

혼자 앉은 밤이었다

빛은 많았고

마음은 어두웠다


2.


속도는 모든 걸 이겼지만

느림은 지지 않았다

느리게 앓은 사람만

끝까지 사랑했다


3.


누가 나를 불러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은

기도보다 늦게 도착하니까


4.


세상은 기능을 묻고

나는 조용히

체온을 건넸다

그건 시였다

버려도 다시 살아나는 것


5.


모든 게 지나간 뒤에도

한 줄 남는다면

그건

지워지지 않는 숨결 하나



---


평론

《느림의 윤리와, 숨결의 시학》


박성진의 〈월인의 테크노 시〉에 대한 정통 해석


이 시는 명백히 시대를 역행하는 시다.

기술, 속도, 기능, 효율로 정의되는 ‘테크노’ 시대에,

시인은 가장 쓸모없고 가장 느리며 가장 낡은 방식으로 존재하려 한다.

바로 그것이 이 시의 저항의 본질이자 시인의 윤리다.


1연은 현대 도시의 불빛 아래 시인이 느끼는 내면의 어둠을 선명히 보여준다.

“전깃불 아래 / 혼자 앉은 밤”은 문명의 빛에 둘러싸인 고독한 시인의 자화상이다.

기술이 가득한 세상일수록,

시인은 더욱 깊은 고요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다.


2연은 속도의 철학에 대한 반문이다.

“속도는 모든 걸 이겼지만 / 느림은 지지 않았다”는 구절은

기술 문명의 승리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사랑의 깊이와 인간의 진실은 느림 속에서만 발견된다는 역설을 품는다.


3연의 핵심은 침묵과 기다림의 언어다.

“기도보다 늦게 도착하는 말”이라는 구절은,

어쩌면 말은 말해지기 전의 고요를 품어야만

진실한 도달이 가능하다는 철학적 통찰을 담고 있다.


4연은 이 시의 미학적 중심이다.

세상이 ‘기능’을 묻는 시대,

시인은 조용히 ‘체온’을 건넨다.

기계는 줄 수 없는 것,

바로 살아 있는 온기,

그것이야말로 시의 마지막 보루라는 선언이다.

“버려도 다시 살아나는 것”은 단순한 시가 아니다.

시인 자신이며, 인간이 간직한 마지막 감각이다.


5연은 마무리다.

그러나 마무리조차 마무리되지 않는다.

“지워지지 않는 숨결 하나”

— 이 마지막 시어는

결코 의미를 다 말하지 않는다.

의미를 미루고, 남기고, 묻어둠으로써,

더 많은 것을 독자의 심장에 새긴다.

그 숨결은 시어이면서 동시에 침묵,

기억, 애도, 존재,

모든 것을 품은 하나의 **시적 잔광(殘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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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는말


〈월인의 테크노 시〉는

기계가 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일 —

**“잊지 않는 것”**을 위해 존재한다.


시인은 이 빠른 시대에 기억의 느림으로 저항한다.

그리고 결국

지워지지 않는 숨결 하나를

우리 안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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