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돈키호테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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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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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 바퀴를 단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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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
1
심장은 원래 달리는 것이었다
나는 바퀴를 달아주었다
피 대신 바람이 돌았고
나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2
흙먼지가 길보다 먼저 일었다
세상이 나를 밀쳐도
나는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바퀴였고
돌아보는 건 나의 일이 아니었다
3
말은 헐떡였고
나는 그 숨결을 벗 삼았다
산초는 수없이 물었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겁니까”
나는 답하지 않았다
바퀴는 방향보다
속도로 말하기 때문이다
4
나는 지도를 찢고
풍경을 밀어냈다
길은 이미 내 안에 있었고
세계는
한 번의 도약을 위해 존재했다
5
심장은 탁해졌지만
바퀴는 멈추지 않았다
이동은 삶이고
정지는 죽음이었기에
나는 굴렀다
심장을 갈아 넣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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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의 말 — "바퀴의 은유, 혹은 인간 심장의 진화에 대하여"
박성진의 제1장은 ‘바퀴’라는 메타포를 통해 인간 정신의 운동성을 재해석한다.
돈키호테는 이제 말을 탄 기사가 아니라
“바퀴를 단 심장” 그 자체다.
정지는 죽음이라는 선언은 고전적 기사도의 운명을
현대적 존재론으로 치환하는 명징한 철학이다.
시인이 찢는 지도는 과거의 규범이며,
풍경을 밀어내는 행위는
자기 존재를 새로 그리는 무대 장악이다.
이 시의 ‘속도’는 감정이 아니라 윤리이며,
‘굴러간다’는 말은 도피가 아닌 전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