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마비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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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 21년의 자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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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시인
1
처음엔 조용한 나무 한 그루였다
티르 코네일의 바람이
누구의 이름도 부르지 않던
그날, 너는 마비노기에 로그인했다
2
밀레시안이라 불리기 전
우리는 꿈을 꾸는 연주자였고
낮에는 양을 치고
밤에는 별을 헤며 주문을 외웠다
3
검보다 따뜻한 화로,
펫보다 정 많은 친구
혼자보단 함께 걷는 법을
우리는 게임에게 배웠다
4
마족이 세상을 잠식해도
엔진이 낡고, 그래픽이 느려도
서버가 불안정해도
우린 떠나지 않았다, 그건 ‘집’이었으니까
5
세상의 모든 게임이
성장을 강요할 때
마비노기는 말했다
"천천히 살아도 괜찮아"라고
6
21년의 세월,
그 안에 우리 삶도 함께 자랐다
아이였던 우리가
지금은 어른이 되어도
7
언젠가는 떠난다 해도
마음 어딘가엔 늘
티르 코네일의 석양이 있다
그 붉은빛은, 우리의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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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마비노기는 21년 동안
게임이 아니라 삶이었다.
마을의 종탑 소리, 양치던 오후의 바람,
그 모든 순간은
우리의 자긍심이며,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동행이다.”
— 월인(月人) 박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