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허영호 산악 대장 추모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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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길 — 허영호 대장 추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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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헌정 시
에베레스트의 별 하나,
그의 심장에서 뛰었다
설산은 어둠을 삼키며,
윤동주의 시처럼 그를 밝혔네
남극점의 별 하나,
하얀 광야를 걸어온 발자국마다
시린 바람도 그를 막지 못하고
그의 등 뒤로 별이 졌다
북극점의 별 하나,
해빙 위의 외로운 걸음
그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윤동주의 눈동자를 심었다
산정의 별 하나,
에베레스트에서 죽음과 맞닿을 때도
그는 묵묵히 별을 헤었고
허공에 외친다,
“아직 가야 할 길이 있다"
그는 별을 헤는 산악인이었다
윤동주는 하늘의 시인이었고
허영호는 지상의 시인이었다
별과 땀, 기도와 얼음 위의 영혼
지금,
그의 별 하나가 사라졌지만
세계는 기억하리라
별이 가장 가까운 곳에 간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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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평론 — 허영호와 윤동주의 시적 교감
박성진 시인의 이 추모시는 윤동주의 대표작 〈별 헤는 밤〉을 변주하여, 허영호 산악인의 위대한 업적을 시적으로 환기한다.
원시의 공간인 남극점과 북극점, 그리고 지구의 가장 높은 지점 에베레스트는 마치 하늘의 별들이 내려앉은 자리처럼 묘사된다.
각 연마다 하나씩 부여된 ‘별’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닌, 허영호가 거쳐온 정신적 여정과 인간 승리의 메타포로 작동한다.
첫 연에서 에베레스트의 별은 “그의 심장에서 뛰었다”는 표현을 통해, 단순한 정복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과 대면한 고독한 고행의 여정임을 보여준다.
두 번째 연에서 남극점의 별은 “시린 바람도 그를 막지 못하고”라는 행을 통해, 1994년 무보급 도보 탐험의 인간 한계 극복을 기리며, 그가 걷는 길마다 별이 지는 장면은 윤동주의 낭만적 사색과 비극적 시정이 교차한다.
세 번째 연, 북극점의 별은 가장 외로운 여정을 상징한다.
“해빙 위의 외로운 걸음”은 단지 북극점을 통과했다는 의미를 넘어서, 허영호가 모험정신을 넘은 시적 존재로 확장됨을 암시한다.
네 번째 연에서 “죽음과 맞닿을 때도” 별을 헤는 허영호는 더 이상 산악인이 아닌 시인과 동격의 상징적 인물로 변환된다.
마지막 연에서 박성진 시인은 윤동주의 시혼과 허영호의 등정혼을 하나의 미학적 통합으로 승화시킨다.
“그는 별을 헤는 산악인이었다”는 명구는, 죽은 이의 길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 아니라, 세계 산악인들에게 별처럼 남은 존재임을 천명한 것이다.
그가 사라졌지만, 별은 여전히 하늘에 있다는 것.
이것이 시가 남긴 궁극의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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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박성진 시인의 이 시는 산악문학과 시문학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탄생한 감동적 헌사로, 단순한 추모시를 넘어 윤동주의 시정과 허영호의 탐험정신을 통합하는 시적 결정체다.
별은 단지 하늘의 사물이 아닌, 이름 없이도 밝은 존재들에 대한 은유다.
허영호는 그러한 별의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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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호 산악대장 프로필
출생: 1954년 대한민국
업적:
1987년 에베레스트 최초 겨울 등정
1994년 한국 최초 남극점 무보급 도보 도달
1995년 북극점 횡단 중 도달
세계 최초 '어드벤처 그랜드슬램' 달성
7 대륙 최고봉 완등 (빈슨 매시프, 아콩카과, 엘브루스 등)
2017년 63세 최고령 에베레스트 등정
별세: 2025년 7월 29일, 향년 71세
유산: 대한민국 탐험정신의 상징, 세계 산악계의 거인 큰 별이 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