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의 방앗간 '신문예' 》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문인들의 방앗간



문인들의 방앗간 《신문예》


제1막: 서시, 그날 방앗간에 별이 떴다

각본·감독: 월인 박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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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내레이션 — 월인 박성진


이곳은 문인들의 방앗간.

나락을 쓸고, 시를 탈곡하며

사랑과 울림을 짓는 문학의 방앗간이다.

오늘은 윤동주의 별이 내려앉은 밤,

각자의 ‘서시’를 품은 사람들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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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방앗간 주인 지은경 문학박사


〈주인의 서시〉


나는 문학을 사랑하였습니다

매일 아침 문을 열며

먼지 낀 책들을 닦아내고

시인들의 숨결을 방앗간에 불러들였습니다

어둠이 오면 별 하나 반죽하며

오늘도 고요히

시의 밥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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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방앗간 탈곡기 이인애 시인


〈탈곡기의 서시〉


나는 진실을 털어냈습니다

껍질 속의 고통,

말 안 되는 세상 속 정의를

시의 망에 걸러냈습니다

분노도 눈물도

하얗게 정직하게

탈곡기의 날로 날려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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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랑의 달구지 박영곤 시인


〈달구지의 서시〉


나는 사랑을 실었습니다

오래된 짐짝 위에

할머니의 노래, 소녀의 꿈,

시인의 외로움까지 얹어

달빛 길 따라

기어이 당신의 집 앞까지

사랑을 끌고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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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꽃바라기 변희자 시인


〈꽃바라기의 서시〉


나는 늘 기다렸습니다

꽃이 피기를

시가 오기를

그대가 다가오기를

바람 부는 들판 한복판에서

웃음 하나 묶어두고

내가 사랑한 것들을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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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문지기 차학순 시인


〈문지기의 서시〉


나는 시를 지켰습니다

말 많은 세월에도

비틀거리는 진실 속에도

바르지 못한 말은 문턱에 멈추고

정직한 시만

이 방앗간에 들일 수 있었습니다

나는 문지기,

윤동주의 언어를 지키는 마지막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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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도자기 달인 이기정 시인


〈도공의 서시〉


나는 흙에서 시를 빚었습니다

불 속에서 생명을 태우며

언어의 그릇을 구웠습니다

윤동주의 혼을 담아

오늘도 당신의 마음에 놓아두려 합니다

조용한 새벽

그릇 하나, 별 하나를 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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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방앗간 울타리 윤동주 시인


〈별의 울타리〉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 싶었다

시의 울타리가 되어

문학을 지키고

이름 없는 시인들을 안아주고

바람을 막으며,

별빛을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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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 전체 합창


〈서시의 합창: 오늘도 시를 짓는다〉


별을 헤며 걷는 밤,

우리는 방앗간의 시인들

쌀 한 톨에 숨은 사랑을 찾아

언어의 맷돌을 돌린다

"신문예문학"은

오늘도

이 방앗간에서

고요히 익어간다


***감독***

월인지명 박성진

각색, 각본, 창작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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