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스티브 잡스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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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베인 사과 — 스티브 잡스의 고독을 위한 철학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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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 박성진 시인
그 사과는
단 한 입 베인 것이 아니다
그건 시작이었다
세상의 끝을 열어버린
작고도 광대한 입맞춤이었다
에덴에서 아담은
지식을 원했고
잡스는 침묵의 무게를 원했다
신이 거절한 완전함을
기계 위에 조립하려 했다
어머니의 품보다 먼저
세상은 그를 내쳤고
그는 반듯한 회로 속에
울퉁불퉁한 영혼을 숨겼다
픽셀로 빚은 성경,
디자인으로 만든 묵시록
잡스는 스스로를 낙인찍고
우주의 맥박을 손에 넣으려
그 사과를 베어 물었다
그가 만든 세계엔
버튼 하나로 열리는 우주가 있었고
외로움 하나로 닫히는 마음도 있었다
한입 베인 것은 사과가 아니라
인간의 구원이었다
그는 창조했지만
창조주가 아니었다
그의 병든 간이 말해주었다
영혼은 업데이트되지 않는다고
그래도 그는 베어 물었다
이름도 없는 신을 대신해
밤마다
침대 옆에 놓인
그 사과를 바라보며
···그리고
마지막 순간이 와서야
그도 알았으리라
자신이 인간이었다는 걸
너무 늦게, 너무 멀리 와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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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평론
『잡스, 기술과 인간 사이의 찢어진 영혼』
비평: 월인 박성진
이 시는 “한입 베인 사과”라는 전 지구적 아이콘을 통해,
21세기 인류가 기술 앞에 바친 존재의 상징과 영혼의 대가를 드러낸다.
이 사과는 단순한 로고가 아닌, 기술신화의 원죄와 구원의 패러독스를 내포한다.
1~2연에서는 에덴의 금단의 열매를 기술의 출발점으로 병치한다.
아담은 선악의 지식을 원했고, 잡스는 고독 속의 침묵을 기술로 바꾸려 했다.
"세상의 끝을 열어버린 입맞춤"은 신의 영역을 건드린 인간의 오만과 숭고의 이중성을 품고 있다.
3~4연은 잡스의 유년기의 상처와 고립, 그리고 기술로 치유하려는 자기 극복의 여정을
"회로 속에 숨은 영혼"으로 표현한다.
"픽셀로 빚은 성경, 디자인으로 만든 묵시록"은
그의 제품이 단순한 상품이 아닌, 디지털 시대의 경전이자 상징이었음을 시사한다.
5~6연에서는 "버튼 하나로 열리는 우주"와 "외로움 하나로 닫히는 마음"이
잡스의 기술이 가져온 무한한 가능성과 인간 소외의 아이러니를 정면으로 드러낸다.
"영혼은 업데이트되지 않는다"는 구절은
기술문명 전체에 대한 윤리적 선언이자 존재론적 회의이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잡스가 죽음 앞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자신이 인간이었음을 깨닫는 장면을 제시한다.
"너무 늦게, 너무 멀리 와서야"라는 구절은
현대 문명이 끝없이 달려온 길 끝에서 되묻는 철학적 회한이자,
우리가 누구였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 시적 묵시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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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이 시는 ‘기술의 구원자’로 불렸던 스티브 잡스를 통해
인간 존재의 고통, 기술 문명의 한계,
그리고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필연적인 무력함을 깊이 있게 성찰한다.
단지 잡스의 생애를 다룬 시가 아니라,
그를 통해 전 인류가 기술 앞에서 놓친 자화상을 비추는
21세 기적 명상 시이자 철학 시이며, 문명비평의 정점에 이른 시적 언어다.
“그는 창조했지만, 창조주가 아니었다.”
이 한 줄은 기술문명의 신화 속에 감춰졌던 인간의 본질을 다시금 불러내는 선언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를 신처럼 착각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경고이자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