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애 삼전불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마애 삼전불



〈마애 삼전불〉


월인 박성진 시인


바위에 새긴 얼굴

천 년을 바라보며

강물처럼 흘러왔다


눈은 감은 듯

세상을 다 보고

입은 닫은 듯

만 사람의 사연을 삼켰다


밤마다 달빛이

마애 삼전불의 이마에 내려

이 나라의 상처를 쓸어준다


꽃잎 같은 바람이

불상 어깨 위에 앉아

기도를 배우고 간다


오늘도 나는

삼전불의 발치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며

나의 부끄러움 하나를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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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마애 삼전불〉은 시간의 침묵과 역사적 상처를 어루만지는 서정시다.


1연에서 시인은 바위에 새겨진 삼전불의 얼굴을 천 년의 강물에 비유하며, 자연과 역사의 흐름을 함께 놓았다. 마애불의 영원성과 인간의 유한한 삶이 대비된다.


2연의 “눈은 감은 듯 세상을 다 보고 / 입은 닫은 듯 만 사람의 사연을 삼켰다”는, 말 없는 불상이 곧 역사의 증인임을 상징한다. 말하지 않아도 모든 비극과 기쁨을 품고 있다는 시적 인식이 돋보인다.


3연에서는 달빛이 삼전불의 이마를 쓸어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달빛은 위로와 정화, 초월의 상징으로,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은유로 읽힌다.


4연과 5연은 인간의 참여를 통해 시가 완성된다. 시적 화자는 삼전불 앞에서 참회의 의식을 수행하며, “나의 부끄러움 하나를 내려놓는다”라는 구절에서 윤동주 시인의 내면 윤리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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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이 시는 불교적 명상과 역사적 성찰이 한데 어우러진 작품이다. 삼전불을 단순한 종교 유적이 아닌 민족적 추모의 상징으로 재해석했고, 조용한 기도와 달빛의 이미지를 통해 시간과 영원의 감각을 확보했다.


월인 박성진 시인의 시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참회·기억·평화의 삼중주가 정제된 언어로 담겼다. 읽는 이로 하여금 역사적 공간 앞의 경건함을 느끼게 하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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