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카인의 후예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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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후예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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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산문시
어둠 속에서 나는 느꼈다.
형제를 향해 돌을 들던 카인의 그림자가
아직도 이 땅의 논두렁과 마을 어귀에 웅크리고 있다는 것을
황순원의 글 속에서
나는 무거운 흙냄새와 함께
피로 젖은 민족의 초상을 보았다.
이념의 칼날 하나로
형이 동생을 버리고
동생이 형을 외면하는 시간
그때부터 흙은 슬퍼했고
바람은 우리 귀에
참회의 휘파람을 불어주었다
윤동주의 혼이 내 가슴을 흔든다.
“너희는 누구를 위해 흙이 되었느냐”
그의 눈빛은 별빛처럼 맑았으나
그 별빛 아래서 형제의 피가
밭고랑을 타고 흘렀다
나는 소설 속 인물들의 뒷모습을 보며
별 하나를 잃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별 하나가 내 마음의 창고에 들어와
조용히 시가 되었다
이 땅에 남은 카인의 후예들이여
우리의 뿌리는 같은 피에서 나왔음을 기억하라
윤동주의 시는 지금도 별빛으로 우리를 부른다
그는 형제의 등을 치지 않았다
오히려 별을 세며
이 슬픈 후예들이 다시 서로의 손을 잡기를
밤마다 기도했을 것이다
오늘, 나는 흙을 만진다
황순원의 소설을 덮으며
윤동주의 별빛을 품는다
흙은 여전히 젖어 있다
그러나 내 마음 한편에서
작은 새싹처럼 속삭인다
“형제여, 이제는 용서와 눈물의 강을 건너자.
별을 세던 시인의 눈빛으로
서로를 다시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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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윤동주 혼 해설
윤동주의 시혼은 형제애, 용서, 인간성의 회복에 있다
〈카인의 후예〉 속 비극적 농촌은
해방 직후의 이념 대립을 배경으로
형제끼리 서로를 배반하게 된 현실을 보여준다
여기서 윤동주의 별빛은
소설의 피비린내 나는 어둠을 뚫고
양심의 불씨로 등장한다
카인의 후예들이라 불릴 수밖에 없는 인물들에게
윤동주는 침묵 속에서 묻는다
“형제를 죽인 손으로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
즉, 이 산문시의 중심은
황순원의 리얼리즘적 현실과
윤동주의 영혼적 순수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피와 흙, 그리고 별빛이 뒤엉켜
분단과 내전의 비극을 넘어선
시적 참회의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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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박성진 문학적 총평
황순원의 〈카인의 후예〉는
해방 공간의 민족 내 갈등과 이념 비극을
시골 마을의 구체적 삶으로 풀어낸 대표작이다
카인의 그림자를 통해 드러난
형제살해의 모티프는
한국전쟁 전야의 민족사적 불안을
치밀하고도 비극적으로 형상화했다
여기에 윤동주의 시혼을 더하면,
소설의 어둠은 단순한 비극에서 멈추지 않고
인간적 성찰과 초월적 회복의 가능성으로 확장된다
윤동주의 별빛은 단순히 하늘의 장식이 아니라
양심의 기도이자
형제애를 향한 마지막 등불이다
박성진 시인의 산문시는
황순원의 사실주의와
윤동주의 시적 영성을 이어
우리 시대 독자들에게
“카인의 후예로 남을 것인가,
아벨의 형제로 다시 서겠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