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즉사 사즉생 제1부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생즉사 사즉생


신문예 지은경 문학박사 <발행인>

<생즉사 사즉생>


문학평론가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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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 원문


〈생즉사 사즉생〉

지은경 시인

문학박사


생즉사 사즉생


어려울 게 없는데

어렵게 사는 것은

미물微物로 태어나서

미物美物로 살고 싶기 때문


밖은 7 안은 3

넘치거나 모자라거나

자비롭거나 무자비하거나

행복하거나 불행하거나


오, 내 마음 어쩌지 못해

몰라서 저지르는 죄

알면서 저지르는 죄

미물이라 부르는 이는 사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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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별 심화 분석


(1) 1연 – 인간 존재의 출발과 욕망


첫 연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 모순과 욕망을 압축한다.


“어려울 게 없는데 / 어렵게 사는 것은”이라는 고백은,

인간이 단순히 살아가는 것으로 충분하지 못하고

의미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스스로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미물微物’과 ‘미물美物’의 언어유희는


인간의 나약함(微物)과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美物)을 동시에 담는다.



이 언어적 전환만으로 시인은


인간 실존의 결핍과 욕망이라는 두 축을 명료하게 제시했다.




1연은 곧 인간이 단순히 생존하는 생물이 아니라,

의미와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존재임을 선명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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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연 – 세계와 내면의 불균형


“밖은 7 안은 3”이라는 시구는

세상과 내면의 불균형을 극도로 압축한 시적 은유다.


‘밖’과 ‘안’이라는 공간적 대비를 통해


외적 세계와 내적 세계의 비대칭성을 드러낸다.


7:3이라는 수치는 곧 풍요로운 외부와 결핍된 내면의 상징이다.



이어지는 시어들,


“넘치거나 모자라거나 / 자비롭거나 무자비하거나 / 행복하거나 불행하거나”는


삶이 늘 양극단의 진동 속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는 상태임을 보여준다.




여기서 시인은

현대인의 불안정한 실존을 냉철하게 포착한다.

외부는 넘치지만, 내면은 결핍된 채 흔들린다.

이 불균형이야말로 인간 실존의 핵심적 진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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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연 – 윤리적 성찰과 존재의 허무


마지막 연은 인간의 내면적 고백과 철학적 침묵을 담는다.


“오, 내 마음 어쩌지 못해”라는 탄식은

자기 인식과 무력감을 직접적으로 표출한다.


“몰라서 저지르는 죄 / 알면서 저지르는 죄” →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윤리적 불완전성을 응축한다.


이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원죄 인식과 상통한다.



“미물이라 부르는 이는 사람뿐” →


인간만이 스스로를 미물로 규정하며


자신의 유한성과 허무를 자각하는 존재임을 선언한다.




결국 시는 윤리적 자각과 허무의 철학으로 귀결되며,

읽는 이의 마음에 조용한 침묵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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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문학·철학적 맥락 심화


1. 동양적 사유


제목의 역설적 구조 “生卽死 死卽生”은


불교의 윤회, 장자의 생사일체 사유와 직접적으로 맞닿는다.



시 전체는 순환과 무상의 철학적 정서를 품고 있다.




2. 서양 실존철학


키에르케고르: 죽음을 인식함으로써 비로소 도달하는 실존


아우구스티누스: ‘알면서 저지르는 죄’의 고백 구조


인간은 의식의 깊이만큼 불안과 허무를 체험한다.




3. 현대 문학적 독해


‘밖은 7 안은 3’ →


외적 풍요 vs. 내적 결핍


현대인의 심리적 균형 상실의 은유



시의 언어는 단순하지만 압축적,


김수영·황동규 계열의 실험성과 달리


동양적 명상 시의 계보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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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총평


〈생즉사 사즉생〉은

단시의 압축미, 실존적 사유, 정서적 울림을 모두 갖춘 현대 단시의 정수다.


1연: 존재의 결핍과 욕망


2연: 세계와 내면의 불균형


3연: 윤리적 성찰과 허무의 자각



짧은 시 안에서 인간 존재는

태어나고, 흔들리고, 결국 자신을 응시한다.


문화평론가의 시선으로 본다면, 이 시는

**“삶과 죽음의 모래시계를 한 손에 쥐어주는 시”**다.

읽고 난 후 마음속에 남는 여운은

철학적 침묵과 같은 울림으로 오래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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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문화평론가 관점의 결론


지은경 시인의 이 작품은 단순한 서정시가 아니다.

이 시를 읽는 순간 독자는 자신의 생과 사를 마주하게 된다.


삶은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지는가?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왜 고통을 수반하는가?


인간만이 스스로를 미물로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생즉사 사즉생〉은 이러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시 안에 없지만,

독자의 심장 속에서 조용히 울리며 남는 여백이 바로 이 시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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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시인 최신 프로필


지은경 시인 (문학박사)


1950년 7월 24일, 서울 출생


덕성여자대학교 철학 전공, 중앙대학교 예술학 석사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 박사(2007, 최승자 시 연구)


1987년 시 「자화상」 발표, 이근배 시인 추천으로 등단


월간 『신문예』 발행인(2003~현재), 『문예사조』 편집장·『문예비평』 주간 역임


시집 7권: 『시인의 외출』, 『그리고 꿈속의 꿈』, 『자폐공화국』, 『이 칼로스의 노래』, 『행복한 중독』, 『축제의 섬』, 『사막의 꽃』


평론집·칼럼집·엮저서 포함 30여 권 저술


황진이문학상 대상, 황희문학상, 문예사조문학상, 한국자유시인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현대시인협회, 국제팬클럽 경기지회 운영위원


문학적 지향: 일상의 언어를 철학으로 승화, 실존과 윤리, 여성주의 감수성을 아우르는 극서정 단시 세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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