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시인들의 여름 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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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나기, 시인들의 한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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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각본 ·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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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대낮의 작은 정원, 매미 소리가 배경처럼 깔린다. 시인들은 부채를 부치며 둘러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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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혜란 시인
부채로 바람을 그린다
살짝 젖은 손목에
참외 향이 묻어날 때
여름은 나에게
하얀 수건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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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용태 시인
아이들은 냉수 한 바가지에
웃음을 던져 넣는다
골목 끝 빨랫줄마다
태양이 하얀 셔츠를
성심껏 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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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나는 시집 원고를 부채 삼아
땀을 닦는다
시 한 줄마다
땀방울이 맺혀
한여름 출판 계약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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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자 시인 (내숭 하이라이트)
아이고, 더워서 못 살겠네
이마에 살짝 땀이 맺혔네
어머, 내 시집 종이가 젖겠네
(은근슬쩍, 부채를 흔들며)
그래도 내숭은 놓지 않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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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언 시인
강가로 나가
발을 담그면
개울은 시원한 목소리로
시를 불러준다
물수제비에 한여름의 피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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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심 시인
얼음 동동 수박화채
은하수처럼 반짝인다
바닷바람 같은 웃음으로
친구들과 여름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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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휘 시인
집 앞 나무 그늘 아래
의자를 기울이면
여름은 나를 스르르 재운다
낮잠의 문장 속에서
벌레도 한 줄 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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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호 시인
카메라로 햇살을 찍으니
빛이 사방에서 튀어 오른다
얼음처럼 반짝이는 순간을
렌즈 안에 가둬
여름을 사진으로 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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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 (등장하며 부채를 접고)
나는 별 대신
하얀 구름을 세어본다
여름의 뜨거운 하늘에
별빛도 잠시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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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시인 (멍하니 강을 바라보며)
메밀꽃 피는 계절은 아니지만
여름 들판의 흙냄새
내 고향 냇가처럼
뜨거움 속에 그리움이 식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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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
박경자 시인이
부채를 펄럭이며 외친다.
> “아이고 더워, 그래도 시집은 내야지!”
모두 웃음으로 화답하며,
여름 한낮의 슬기로운 시인 모임은
땀방울처럼 반짝이며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