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앞의 침묵》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통일 앞의 침묵》



〈통일 앞의 침묵〉


월인지명(月人之名) 박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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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 원문


철조망에 바람이 운다

녹슨 가시마다

칠십 년 눈물이 맺힌다


강은 남과 북으로 갈라져 흐르고

산은 푸르나

하늘은 반쪽으로 잘려 있었다


대통령도 정계도 국민도

그 하늘 아래 고개를 들지 못했다

별빛은 늘 그 자리에 있었으나

우리는 서로의 그림자를 밟았다


통일이여

너를 부르지 못한 세월

이 땅의 침묵이

스스로를 부끄럽게 한다


낙엽 앞에 서서

태초의 숨결을 듣는다

숲과 강, 바다와 별

다시 한 몸 되어 흐르는 날을 기다린다


철조망 스치는 바람

새벽이슬로 떨어진다

숲과 강, 바다와 별

민족의 심장으로 돌아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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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통일 평론 박성진


〈통일 앞의 침묵〉은 한반도 현대사의 상처와 참회를 응축한 시다.


첫 연에서 “철조망에 바람이 운다”라는 시구는,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니라 70여 년간 이어진 민족의 통곡을 상징한다.

철조망에 맺힌 “칠십 년 눈물”은 남북 분단 세월의 길이와, 고향·가족·역사를 잃은 이들의 눈물을 압축한다.


둘째 연의 “강은 남과 북으로 갈라져 흐르고 / 산은 푸르나 / 하늘은 반쪽으로 잘려 있었다”는 시인의 상징적 시선이 돋보이는 구절이다.

자연은 본래 하나이나, 인간의 이념과 전쟁은 그것을 인위적으로 잘랐다.

특히 “하늘이 잘려 있었다”라는 시어는 분단의 비극을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셋째 연은 통렬한 자기 성찰이다.

“대통령도 정계도 국민도 / 그 하늘 아래 고개를 들지 못했다”라는 구절은,

남북문제를 정치와 국제 정세 탓으로만 돌려온 한국 사회 전체의 침묵과 부끄러움을 지적한다.

별빛은 언제나 있었지만, 우리는 서로의 그림자를 밟으며 살아왔다.

통일을 부르지 못한 세월은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라 역사적 자기부정이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철조망에 스치는 바람과 새벽의 이슬은, 민족의 눈물이 결국 평화의 물줄기로 돌아올 것을 예언한다.

“숲과 강, 바다와 별 / 민족의 심장으로 돌아오리라”는 시구는,

통일을 자연의 질서이자 필연적 귀환으로 승화시킨다.


이 시는 정치적 선언보다 더 강력한 도덕적 울림을 준다.

통일은 협상의 산물이기 전에, 한 민족이 스스로에게 내리는 참회의 선언임을 시인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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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총평 및 국제사회 메시지


〈통일 앞의 침묵〉은 한반도의 시를 넘어 인류의 시다.


민족사적 차원에서는, 70년 침묵의 부끄러움을 담은 참회록이다.


자연·우주적 차원에서는, 하나였던 하늘과 강, 숲과 바다가 인간의 분단으로 찢긴 비극을 담았다.


국제사회적 차원에서는, 전쟁과 분단을 겪는 모든 인류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시가 세계에 전하는 말은 명확하다.


> “통일은 한 민족의 염원을 넘어 인류의 양심이다.

침묵은 역사의 답이 될 수 없으며,

평화와 통일은 용기 있는 연대 속에서만 이루어진다.”




〈통일 앞의 침묵〉은 한반도에서 시작해 세계의 양심으로 번지는 평화의 종소리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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