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내 시들이 어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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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들이 어딜 갔나〉 심화 평론 및 인물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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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민용태 교수의 시 세계와 ‘한국의 돈키호테’적 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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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인(月人) 박성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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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시 원문
내 시들이 어딜 갔나
한밤중에 내 시들을 찾으면
시가 없다. 모기만 웅웅거린다
여름이 다 갔는데 모기는
내 피 한 방울이 더 필요하다
이 방에 잠들지 않은 것은
내일까지 원고를 넘겨주어야 할 나의 약속과 모기
여기 어느 서랍에나 주름살 속에
나의 시는 숨어있다
숨어있는 게 아니라
그냥 그게 서랍이고 나의 주름살이다
지금 내가 나의 시를 찾는 것은
내가 나의 한 살 때의 나를 찾는 것처럼 어리석다
그것은 사진이거나 서랍이거나
어머니의 기억 속에 묻혀 있다
어머니처럼
어머니와 어머니의 기억은
내 고향 뒷메에 묻혀있다
이번 추석에는 다시 내 시를 찾아
어머니 무덤을 찾아가야지
이번에는 울지 말고
정식으로 내 시를 청해야지
그리고 뻔히 아는 일들을
터놓고 이야기하자고 해야지
당신 생일에 꼭 만나자고 해 놓고
어떻게 대답도 안 하고 묻혀있기만 할 거냐고
내 시는 내놓고 가라고
모기 두 마리가 또 나의 시를 버려놓고 있다
나는 지금 이 두 마리에게 너무 신경이 쓰여
이 시를 끝낼 수가 없다
모기들은 이 밤도 내 피를 요구한다
또 추석날 성묘길이 너무 붐빌 거라는 TV보도
나는 아예 시를 포기할까
산다는 게 뭔데……
나의 시는 모기 소리로 웅웅대며
피를 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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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시 평론
1. 시적 상황과 주제
민용태 교수의 시 〈내 시들이 어딜 갔나〉는 시인의 창작 고뇌와 자기 존재 성찰을 유머와 철학으로 담아낸 메타시이다.
밤중의 고요 속, 시인은 시를 찾으려 애쓰지만, 모기 소리만 웅웅거린다.
시를 쓰고자 하는 열망과 현실의 무력감이 교차하며, 시 창작의 좌절과 고독이 시 전편에 배어 있다.
이 시는 단순히 시를 찾는 행위에서 출발하지만, 곧 삶과 기억, 존재의 근원을 탐색하는 철학적 사유로 확장된다.
시를 찾는 과정은 곧 자아와의 대화이며, 시인이 자신의 언어적 뿌리와 정체성을 찾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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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적 이미지와 상징
1. 모기
시 창작을 방해하는 현실적 소음이자, 시적 에너지를 빨아가는 존재
시인이 언어를 만들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고독과 피로의 은유
2. 서랍과 주름살
시의 은닉처이자, 시인의 세월과 경험이 축적된 내면 공간
시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기 안에 있다는 자기 성찰적 발견
3. 어머니와 고향
시의 근원, 기억과 정체성의 뿌리
시인이 추석 성묘길을 떠올리는 장면에서,
삶과 죽음, 언어의 본질적 기원으로 독자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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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조와 언어의 특징
담담한 독백체: 혼잣말 같은 구어체가 독자에게 친밀감을 부여
유머와 자기 아이러니: 모기 소리, TV 뉴스, 추석 성묘길을 통해 시인의 무력감과 웃음을 함께 표현
메타시적 성격: 시 쓰기 과정 자체를 시로 만들며, 시와 시인의 관계를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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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문학사적 의의
일상과 철학의 결합: 평범한 사물에서 존재론적 질문으로 확장
현대 메타시의 성취: 시 창작의 과정을 드러내며, 독자로 하여금 시의 본질을 돌아보게 한다
돈키호테적 시정신: 현실의 벽과 언어의 한계를 넘으려는 시인의 고집과 모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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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인물 탐구: 민용태 교수
1. 생애와 배경
1943년 전남 화순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서반아어과 졸업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학교 문학박사
스페인 왕립 한림원 종신위원,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2. 문학적 업적
시집: 『시간의 손』, 『ㅅ과 ㅈ사이』 등
스페인어 시집: 『Azares y azahares』 등
『돈키호테』 한국어 완역, 『돈키호테, 열린 소설』 저술
2016년 미하이 에미네스쿠 세계시인상 수상
3. 시 세계의 특징
일상적 소재를 통해 철학적 사유를 펼치는 시인
유머·자기반성·메타시로 현대 한국 시에 독자적 자리 확보
세계시인의 감각: 스페인 문학과 한국 서정을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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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한국 문학과 21세기 시인의 리더십
1. 한국 문학의 저력
민용태 시는 한국어의 서정성과 사유의 깊이를 세계에 알림
평범한 일상을 철학으로 승화시켜 한국 현대시의 보편성을 입증
2. 태권도 정신과 문학의 기개
태권도처럼 내면의 수련과 집중을 통해 언어의 절정에 도달
시인은 현실의 소란 속에서도 자기 수련과 창작의 기개를 잃지 않음
3. 21세기 시인의 리더자
민용태 교수는 한국의 돈키호테로 불릴 만하다
언어의 풍차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며,
한국 시의 세계적 리더십과 창작의 방향성을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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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내 시들이 어딜 갔나〉는 창작의 고뇌와 존재 탐색을 유머와 철학으로 승화시킨 걸작이다.
민용태 교수는 시를 통해 자기 탐구 → 민족 서정 → 세계 보편성으로 확장되는
21세기 한국 시인의 리더십을 구현했다.
그의 문학은 태권도의 내적 수련처럼 단단하며,
돈키호테처럼 언어와 세계를 향해 도전하는 시인의 모범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