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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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
1.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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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같은 인생〉
월인지명 박성진 시인
개미는 땅속의 규율을 품고
거미는 제 그물에 갇혀 살지만
나는 꿀벌처럼
햇살 위를 자유롭게 비행한다
사람들 속 인맥이라는
금빛 꽃밭을 스치며
때로는 꿀을 모으고
때로는 바람과 대화한다
정해진 길만 있는 건 아니다
나는 공중에 나만의 길을 그리고
푸른 하늘의 침묵을 건너며
오늘도 작은 날갯짓으로 우주를 통과한다
금자탑 같은 인연도 스러지겠지만
한 방울 꿀로 남은 시간
그것이 내 인생의
빛나는 꿀방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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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평론
〈꿀벌 같은 인생〉은 일상의 작은 존재를 통해 삶의 철학을 노래한다.
개미와 거미로 시작되는 대비는 삶의 두 방식—개미의 규율과 반복, 거미의 고립과 구속—을 상징한다.
이에 비해 화자는 꿀벌처럼 자유롭게 비행하며,
삶을 자유와 관계, 창조적 궤적의 시학으로 전환한다.
“금빛 꽃밭”은 인맥과 사회적 관계를 넘어 삶의 기회와 순간을 상징한다.
시 속 꿀벌은 세상 속에서 꿀을 채집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만의 경험과 자취를 길어 올리는 창조자다.
“공중에 나만의 길을 그리고”라는 표현은
삶이 남이 정해준 길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 그리는 궤적임을 드러낸다.
마지막 연의 “한 방울 꿀로 남은 시간”은
삶의 본질이 거대한 구조가 아니라
순수한 흔적으로 남는 작고 투명한 존재임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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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총평
〈꿀벌 같은 인생〉은 자유·관계·유한성을 꿀벌의 삶이라는 은유로 풀어낸 철학적 시다.
인생의 금자탑은 사라지더라도,
한 방울의 꿀로 남은 삶만이
우리 존재의 증거이자 빛나는 흔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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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엄창섭 박사 프로필
이름: 엄창섭 (嚴昌燮)
출생: 1945년 6월 10일, 강원도 강릉
직업: 시인, 국문학자, 관동대학교 명예교수
학력:
관동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1973년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 전공, 문학석사
1986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문학박사)
경력:
1980년부터 2010년까지 관동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재직
이후 명예교수, 대학원장·총장대행 등 다양한 교육 행정 경험
시인 활동:
1977년 《시문학》지에 〈새벽에 출범〉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바다와 해》(1980), 《땅에 쓴 장시》(1987), 《눈부신 약속》(1990), 《생명의 나무》(1991), 《골고다의 새》(1993), 《열매 따기》(1994), 《신의 나라는 열매를 팔지 않아》(2004), 대표 시 모은 《사고가능성》(2011) 출간
저술 및 연구서:
『김동명 문학 연구』(1986), 『현대시의 현상과 존재론적 해석』(2001), 『문화인식의 현상과 이해』(2005), 『발상의 전환과 느림의 시학』(2011) 등 다수
수상:
한국현대시인상(1994), 후광문학상(1995), 관동문학상(1998), 서포문학상(2001), 순수문학상(2003), 소월문학상(2010), 박인환 시문학상(2011) 등 다수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