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이선균 영화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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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나눌 시간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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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보석 김은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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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배우 추모 시
아직 슬픔을 다 나누지 못하였다.
슬픔을 나눌 시간도 없이
목적 없이 정처 없이
떠도는 별이 되었다.
소리 내어 크게 울고 싶은데
울지도 못하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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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 박성진 문학평론가
김은심 시인의 추모시는 단 세 연으로 이루어진 짧은 작품이지만, 그 울림은 매우 깊다.
제목 **〈슬픔을 나눌 시간도 없이〉**는 고인의 갑작스러운 부재를 그대로 드러내며, 유가족과 팬들이 겪는 충격과 허탈함을 압축한다.
첫 연에서 “아직 슬픔을 다 나누지 못하였다”는 문장은 미처 작별의 시간을 갖지 못한 안타까움을 전한다. 이어지는
**“목적 없이 정처 없이 / 떠도는 별”**의 비유는, 삶의 무대에서 영원한 퇴장을 맞이한 배우를 밤하늘의 별에 겹쳐 그린다.
별은 여전히 빛나지만 더 이상 손에 닿지 않는다. 이 이미지는 고인의 삶과 작품이 여전히 우리 기억 속에서 빛난다는 위로를 제공한다.
마지막 연은 감정을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소리 내어 크게 울고 싶은데 / 울지도 못하고 떠난다”
여기서 주어는 이중적이다. 떠난 이는 배우 자신이자, 울지 못하는 이는 남겨진 우리이기도 하다.
죽음 앞에서 인간은 언제나 무력하며, 남겨진 자들의 눈물마저 제때 흘릴 수 없음을 시는 담담히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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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김은심 시인의 이 작품은 화려한 수식 없이도 슬픔의 본질을 꿰뚫는다.
짧은 행과 단순한 어휘는 부고의 날카로운 공기를 그대로 옮긴 듯하고,
정서적 과잉을 피한 덕분에 오히려 여운은 길게 남는다.
이선균 배우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 시는
**“별이 된 배우에게 바치는 조용한 오마주”**로서 기능하며,
문학의 힘이란 바로 이런 순간에 발현된다.
슬픔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지만, 시는 그것을 별빛처럼 영원한 기억으로 승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