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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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상처도 되지만 기적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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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운동과 경부고속도로 개통이 한국사에 빛나는 보석처럼 회상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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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 박성진 칼럼니스트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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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기억은 상처도 되지만, 기적도 된다
한국 현대사의 한가운데를 뚫고 나간 두 굵은 선이 있다. 하나는 '경부고속도로'이고, 다른 하나는 '새마을운동'이다. 이는 단순한 교통과 지역개발의 개념을 넘어서 한국의 산업화, 근대화, 국민의식 개조, 그리고 삶의 풍경 자체를 바꿔놓은 거대한 시대의 문장들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추진된 이 두 국책사업은 당시 세계 최빈국의 굴레에서 허덕이던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우는 기점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오늘날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산업화 성공의 신화를 가능케 한 초석이었다.
물론 그 이면엔 논쟁과 상처도 존재한다. 권위주의적 통치, 개발독재의 한계, 농민의 희생 등은 결코 망각해선 안 될 어두운 그림자이다. 그러나 오늘 이 글은 정치적 평가나 역사적 판결 이전에, 이 두 가지 상징이 어떻게 '한국사에 빛나는 보석'으로 회상되는지를 문학적 감성과 사회평론의 결로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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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부고속도로 — 산업의 혈맥을 뚫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4시간”이라는 구호는 당시 국민에게는 실로 꿈같은 선언이었다. 1970년 7월, 서울과 부산을 잇는 428km의 경부고속도로는 단순한 도로가 아니었다.
그것은 멈춰 있던 시간을 흐르게 만들었고, 정체된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었으며, 산업이 움직이는 동맥이자 인간의 희망을 실어 나르는 혈관이었다.
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이 도로는 대한민국이 '근대'로 진입하는 관문이었고, 농촌과 도시, 공장과 시장,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시적인 문장이다.
도로 위를 달리는 트럭은 철강과 시멘트를 실어 날랐지만, 동시에 국민의 열망과 내일을 싣고 달렸으며, 이는 곧 대한민국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실크로드가 되었다.
경부고속도로는 지역 간 균형발전과는 다소 상충되었을지 몰라도, '속도의 정치'가 갖는 긍정적 의미 — 경제 순환의 촉진, 물류비용의 절감, 국가 통합의 상징 — 을 빼놓고는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 길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국민 자긍심의 심장박동처럼 뛰었고, 그 심장소리는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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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새마을운동 — 마을의 정신을 일으키다
“잘 살아보세”라는 다짐으로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신개조이자 생활혁명이었고, 농촌에 가라앉은 절망을 끌어올린 구체적 실천운동이었다.
1970년대 초, 초가집을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꾸고, 진흙길을 시멘트 길로 바꾸며, 공동우물을 정비하고 마을에 도서관을 만드는 이 변화는 단순한 외양의 개조를 넘어 ‘의식의 현대화’라는 깊은 뜻을 지녔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점은 ‘주체적 참여’의 강조였다. 마을 주민 스스로가 자기 마을을 바꾸는 ‘주인정신’을 강조한 새마을운동은 당시에는 드물었던 민관협력의 형태였으며, 이는 민주주의의 미성숙한 시절에 있었던 하나의 실험적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오늘의 시선으로는 관 주도의 계몽정책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하지만 농촌 공동체의 협동과 근면, 자조정신이 현실화된 예로서, 새마을운동은 ‘정신적 자본’이라는 개념을 한국 사회에 처음 심어준 계기가 되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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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문학과 문화의 토양 위에서 바라본 그 의미
문학은 기록되지 않은 민중의 숨결을 기억하는 예술이다. 경부고속도로와 새마을운동은 물리적 유산을 넘어서 ‘서사’로서도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수많은 농민, 노동자, 기술자, 여공, 학생들이 이 두 사업의 현장에서 몸을 던졌고, 그들의 이름은 신문에 기록되지 않았지만, 삶의 현장에서 시처럼 응축되어 남았다.
박정희 시대를 찬양하거나 비판하는 이분법을 넘어서, 우리는 이 시기의 상징들이 ‘한국인이 스스로 길을 낸 이야기’라는 점에서 문학적으로 조명할 필요가 있다.
그 길은 곧 민족의 고난을 딛고 만든 한 줄기 빛이었고, 그 운동은 절망을 딛고 일어선 공동체의 발버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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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론: 빛나는 보석이 되기까지, 기억은 응시되어야 한다
역사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간직한다. 경부고속도로와 새마을운동이 오늘날 '한국사의 빛나는 보석'으로 회상되는 이유는 단순한 성과의 기념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낸 ‘서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 서사는 국민 모두의 고통과 희생, 열망과 눈물, 노동과 기쁨이 교차하는 인간의 이야기이다.
문학평론가로서 나는 묻고 싶다.
우리는 지금, 그런 서사를 다시 쓸 수 있는가?
또 한 번의 ‘보석’이 태어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길을 내는 자가 역사를 만든다’는 말처럼, 박정희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와 새마을운동은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다시 써야 할 새로운 문장의 첫 줄이다.
그 첫 줄에 들어갈 단어는, 속도가 아니라 '사람', 개발이 아니라 '공동체', 성장 이전에 '기억'이어야 한다.
바로 그럴 때, 역사의 보석은 진정으로 빛난다.
그 빛은 과거를 미화하는 빛이 아니라, 오늘을 직시하는 눈동자의 빛이다.
그리고 그 눈동자 속에, 우리 모두의 시대가 반짝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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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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