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침묵이 피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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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침묵(沈默)의 시인(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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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박성진
그는 말이 없었다
별이 먼저 말을 걸었다
잎새는 그의 죄였다
고개를 들면 바람이 있었고
고개를 숙이면 하늘이 있었다
그는 늘 그 사이에 있었다
이름은 벗어두고
빛은 피하며
그늘을 골라 걸었다
그의 시는 걷는 것이었다
걷다가 멈추는 것이었고
멈춘 뒤에도 들리는 것이었다
한 점 부끄러움이
한 생의 무게였다
그는 시인이었다
말보다 먼저
침묵이 피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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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평론
박성진 칼럼니스트 / 문학평론가
윤동주의 시는 늘 낮은 곳에서 시작된다.
이 시는 그 낮음을 닮았다.
‘말이 없었다’는 첫 행은 시인이 품은 존재의 자세다.
세상이 외치는 동안 그는 침묵했고,
그 침묵은 윤리였고,
자신을 겨누는 내면의 칼날이었다.
잎새에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시대의 폭력에 복종한 약자가 아니라,
그 안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의 고백이다.
이 고백은 시의 핵이며,
그 자체가 문학의 마지막 지킴이다.
“고개를 들면 바람이 있었고 / 고개를 숙이면 하늘이 있었다”는 구절은
삶의 자세를 시적으로 형상화한다.
세상의 시선 앞에서 고개를 드는 것도,
하늘의 심판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것도
모두 시인의 선택이었다.
그는 길을 걷는다.
이름도, 빛도 내려놓고
그늘을 골라 걷는다.
그 걸음은 언어가 아닌 존재로서의 시다.
걸으며 그는 자신을 견디고,
침묵 속에 시를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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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평
말은 끝내 그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를 설명하는 것은 오직 한 줄,
“침묵이 피는 곳에서” 시작된 시다.
윤동주는 시인이었다.
말을 줄이고 생을 견디며,
한 점 부끄러움도 없이
자신의 시를, 자신의 삶을
끝까지 걸어간
진정한 **시인(詩人)**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