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입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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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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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 — 가을이 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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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인 시인
여름은 아직
등 뒤에서 숨을 고르지만
절기 달력엔
가을이란 이름이
조심스레 내려앉는다
매미 울음도
어디선가 낮아지고
볕 아래 누운 들풀에도
바람이 한 박자
늦게 닿는다
우리도 모르게
여름의 끝자락에
마음을 걸치고
가을 문턱에 발끝을 얹는다
남은 더위는
웃음으로 건너가고
땀은 잠시 접어두고
하늘을 조금 더
올려다보자
가는 여름엔
감사 하나 남기고
오는 가을엔
소망 하나 들여놓자
사람의 계절은
언제나 흐르고
그 사이사이
빛나는 순간들이
가만히 우리를 살게 하니
말없이도 전해지는 온도,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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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학평론 (文學評論)
김석인 시인의 「입추」는 절기의 변화를 단순한 시간의 흐름으로 보지 않고, 그 안에 스며든 인간의 정서와 삶의 무늬를 조용히 들여다보는 시인의 깊은 시선을 보여준다.
첫 연은 여름과 가을의 접경에서, 아직 떠나지 않은 계절의 잔영과 새 계절의 망설임을 대비시킨다. ‘숨을 고르는 여름’과 ‘조심스레 내려앉는 가을’은 단순한 계절 묘사를 넘어, 마치 인생의 한 장면처럼 서정적이다.
이어지는 구절들 속 ‘한 박자 늦게 닿는 바람’, ‘발끝을 얹는다’ 같은 표현은 섬세한 감각의 언어다. 시인은 자연의 움직임을 통해, 인간 존재의 조심스러운 전환을 이야기한다.
특히 후반부의 "가는 여름엔 감사 하나 남기고 / 오는 가을엔 소망 하나 들여놓자"는 삶의 태도에 대한 시적 성찰을 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연은 이 시 전체를 품는 철학적 종결이자, 말 없는 사랑의 선언이다.
‘말없이도 전해지는 온도, 그것이면 충분하다’는 구절은 사랑이란 이름을 쓰지 않고도 사랑을 말하고, 기원이란 단어 없이도 기도하게 하는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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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총평 (總評)
이 시는 단순히 계절을 노래한 작품이 아니다.
김석인 시인의 언어는 시간과 감정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그 속에는 ‘살아가는 법’이 있다.
「입추」는 여름과 가을 사이, 뚜렷하지 않은 그 경계에서
우리 모두가 느끼는 삶의 전환점과 정서를
담백하게, 그러나 울림 깊게 그려낸다.
특별한 수사 없이도 독자의 마음에 온기를 전하는
이 시는, 계절의 시(詩)를 넘어,
인생의 시(詩)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