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논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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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문학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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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개〉 — 푸른 물결 위에 띄운 붉은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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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시대의 강
1920년대 조선 시단은 방향을 모색하던 강 한가운데 서있다. 개화기의 계몽 시는 물러났고, 시는 개인 서정, 민족정신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 무렵, 변영로는 임진왜란 여인 ‘논개’를 불러내어, 푸른 강물 위에 분노와 정열로 끓어선 깃발 위에 세워졌다.
그녀의 투신은 역사책 속 한 줄이었다
시인은 그 장면을 꺼내놓았다.
과거의 강물 위에, 현재의 우리를 비추는 거울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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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대적 공기
〈논개〉가 실린 《신생활》은 3·1 운동
이후의 열기와 좌절이 뒤섞이었다. ‘문화정치’는 식민지 지배로 교묘해졌다
민족의 숨통은 서서히 죄어오고 있었다
독자들은 논개의 마음에서 지켜야 할
의지를 발견했을 것이다. 민족의 혼이
다시 살아나는 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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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구조
첫머리의 선언은 단호하였다.
거룩한 분노, 종교보다도 깊어졌다
불붙는 정열은 무엇보다 강하다
종교와 사랑을 넘어선다고 말하는 순간, 시의 방향도 정하여진다. 그것은 감정이 아니라 공적 윤리이며, 논개의 행위는 그 윤리의 완성에 서있다
반복되는 구절,
>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푸른 것과 붉음의 대비는 강렬함을 넘어, 생과 사의 냉정한 열정의 상징이 된다. 차가운 강물 위에 뜨겁게 붉은 핏빛의 마음은, 순간이며 영원한 장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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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휘와 상징과 민족정신
거룩한 분노: 개인감정을 초월한 시대
강낭콩꽃·양귀비꽃: 토양, 피, 조선의 흙과 희생을 상징하는 색채를 다룬다
아미(蛾眉): 고전적 미학 속에 녹아든 인물 묘사.
석류 속 입술은: 삶의 절정과 찰나의 순간을
한 번에 응축함
시 속에서 서로를 비추며 하나의 결을 만든다. 푸른 물결과 붉은 혼은 그렇게 우리의 심장 속에서 박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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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주제와 미학, 죽은
〈논개〉는 ‘죽음을 아름답게 찬미’하는 시가 아니다. 그것은 완성되는 삶, 부끄럼 없는 생의 마침표에 관한 시였다.
논개의 투신은 단 하루의 사건이다,
하지만 강물은 그 장면을 백 년 넘게 흘려보내지 않았다. 시인은 그 강물의 영속성과 불멸을 같은 호흡 안에 담았다.
붉게 아주 붉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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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한국문학사 속 위상
이 작품은 김소월의 섬세한 개인 서정과 한용운의 종교적 구원 서사와 달리, 역사와 시를 접합한 민족서사다.
변영로가 마련한 이 형식은 훗날 이육사의 〈광야〉, 윤동주의 〈서시〉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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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결론 — 오늘의 강물 위에서
논개는 남강에 몸을 던졌지만, 변영로의 시 속에서 다시 숨을 쉰다. 푸른 물결 위의 붉은 혼은 여전히 “당신은 무엇을 위해, 어떤 분노와 정열로 살아갈 것인가 묻고 또 묻는다
그 질문은 1922년에서 2025년에도, 그리고 강물처럼 흘러간 뒤에도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