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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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선생님 철학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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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人之名 朴聖鎭 詩
백 년 넘게 살아보니
삶의 끝은 생각보다 늦게 오더군
젊어서는 움켜쥐었지,
굶지 않으려고
중년엔 벌어들인 걸
힘껏 써봤다네
이제는?
그냥 나눠주고 싶네
돈도, 명예도
한 줌 바람에 불과하네
손에 쥐고 갈 건
아무것도 없더군.
남은 건 마음뿐,
그마저도 사랑해야
빛이 나지 않을까요
사람이 늙어도
사랑할 자유만은
끝내 사라지지 않았네.
나는 오늘도
책을 펴고,
젊은이들과 웃고,
옆 사람에게 고맙다
전한다네
죽음?
글쎄,
두려울 틈이 있을까
오늘 하루 더 살아냈으니
그게 내 황금 같은 날을
보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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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평론
― 김형석 철학자의 삶과 사랑의 철학
<백 년을 살아낸 철학자의 증언>
이 시는 단순한 헌정 시가 아니라, 철학자의 인생론을 시적으로 응축한 기록이다.
“백 년 넘게 살아보니”라는 말은 김형석 선생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사유의 서문과 같다.
그는 삶의 시기를 크게 세 단계로 나눈다. 젊음은 생존의 시기, 중년은 성취와 향유의 시기, 노년은 나눔의 시기다.
시 속 “움켜쥠--씀--나눔”은 이 구조를 그대로 옮겨온 시적 삼단논법이다.
철학적 논증이 시어로 승화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노년을 소극적 쇠락으로 보지 않고, 새로운 윤리적 지평으로 본 점이다.
백 년의 생애는 단순한 장수의 기록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지혜의 총화다.
< 나눔과 무소유의 철학>
시의 화자는 “돈도, 명예도 한 줌 바람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는 불교의 무소유 정신이나 기독교의 이웃 사랑과도 연결되지만, 김형석 철학에서는 실존적 경험에서 비롯된 결론이다.
선생은 “재산은 소유할 수 있으나 행복은 소유할 수 없다”라고 했다. 행복은 오직 나눔 속에서만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년의 삶은 ‘얼마나 더 가질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잘 나눌 것인가’의 문제다.
이는 자본과 소비 중심의 현대사회에 던지는 철학적 반론이며, 동시에 윤리적 대안이다.
시 속에서 나눔은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만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의 자유다.
<사랑할 자유와 인간의 존엄>
시인은 “사람이 늙어도 사랑할 자유만은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라고 노래한다.
김형석 선생님은 수많은 강연과 저술에서 ‘사랑’을 삶의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그는 인간이 늙으면 신체적 기능은 줄어들지만, 오히려 사랑의 능력은 깊어지고 넓어진다고 했다.
철학적으로 보자면, 이는 인간 존재의 존엄을 규정하는 최종 원리가 된다.
사회적 지위와 재산이 사라진 이후에도, 남아 있는 것은 사랑할 자유다.
이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서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궁극적 자유이며, 죽음을 넘어서는 생명의 본질이다.
<세대와의 대화 철학자의 교실>
“책을 펴고, 젊은이들과 웃고”라는 구절은 김형석 선생의 삶의 현장을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백세가 넘어도 그는 교단에 섰고, 강연장에서 젊은이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그의 철학은 도서관 속의 사변이 아니라, 현장 속의 대화였다.
이 대화의 철학은 단절을 넘어 연대를 지향한다.
노년은 고립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삶의 경험을 전해주는 통로다.
젊은 세대에게 철학자의 미소와 따뜻한 말은 단순한 가르침이 아니라, 삶의 동행으로 다가온다.
<죽음을 향한
평온한 응답>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죽음? 글쎄, 두려울 틈이 있을까”라고 말한다.
이는 김형석 선생님이 남긴 여러 말 중에서도 가장 자주 인용되는 지론과 맞닿아 있다. 그는 죽음을 ‘인생의 종말’이 아니라 ‘오늘을 더 빛나게 하는 배경’으로 이해했다.
“오늘 하루 더 살아냈으니 그게 내 황금 같은 날”이라는 고백은, 죽음을 미리 두려워하기보다 오늘의 삶에 충실한 것이 철학적 태도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스토아 철학의 현세 충실과도 통하며, 기독교적 신앙에서 말하는 ‘오늘의 은총’과도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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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 결론
문화평론가 박성진 시인의 헌시는 단순한 찬사가 아니라, 김형석 철학의 핵심을 시어로 재구성한 철학적 시적 증언이다.
<삶의 삼단 구조로>
*움켜쥠, 씀, 나눔
*무소유와 나눔의 자유
*사랑할 자유와 인간 존엄의 최종 가치
*세대 간 대화의 철학
*죽음을 평화로 전환한 오늘의 철학
이 다섯 축은 김형석 선생이 백 년을 살아오며 남긴 철학의 요체이자, 한국 철학이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보편적 지혜다.
이 시와 평론은 그 철학을 오늘의 언어로 새롭게 재현하고 있다.
김형석 선생님의 깊은 사유를 헌정 시와
함께 올리면서 선생님의 철학의 세계를
평론하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