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문화 평론가의 교향곡처럼 읽는 도스토옙스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

《박성진 문화평론가의

교향곡처럼 읽는 도스트옙스키


도스트옙스키를 읽는 순간, 활자로 쓰인 문장이 아니라 울림이 먼저 다가온다

그것은 교향곡의 서곡처럼 울림으로

조용히 시작되지만 곧 여러 악기가 얽히면서 영혼의 깊은 음계를 만들어낸다.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는 첼로처럼 낮고 무거운 소리를 낸다.

죄책감과 구원 사이에서 흔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끝내 가라앉지 못하고 오래 울린다.

《백치》의 미시킨 공작은 바이올린과 같다. 한없이 맑고 투명한 음이지만, 그 순수함이 세상의 거친 리듬 속에서 쉽게 부서져 버린다.

《악령》은 북소리처럼 거칠고 혼란스럽다.

사회와 인간이 휘몰리는 격랑이 음계로 변해, 불협화음 속에서도 묘한 긴장을 만든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오케스트라의 대합창에 가깝다. 아버지와 아들, 믿음과 회의, 욕망과 사랑이 한꺼번에 충돌하며 장엄한 울림을 낸다.


도스트옙스키는 음악을 작곡하지 않았지만, 그의 글에는 분명 음악이 흐르고 있다. 문장은 리듬을 타고, 인물들의 대화는 서로 다른 악기처럼 겹치고 부딪힌다.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교향곡을 듣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가 가진 독특한 매력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남는 것은 이야기의 줄거리가 아니라 잔향이다.

어둠 속에서도 끝내 빛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몸부림,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는 의지가 보인다 그것은 음악이 연주를 끝낸 뒤에도 가슴속에 오래 머무는 울림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세계는 혹독한 러시아의 한 인간이라는 악기를 통해 연주되는 하나의 문학교향곡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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