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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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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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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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화자 시
유방암 진단받은 나한테
남편이 울면서 하는 말
“5년만 더 살아”
그러던 남편이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손주 결혼식에서
울었다
아들이 동태찜 사도
눈물이 났다
며느리가 메이커 잠바를 사줄 때도
울었다
오직 한 사람
남편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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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아니라, 눈물로 쓴 사랑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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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화자 할머니의 시는 꾸밈이 없었습니다.
문장마다 삶의 숨결이 그대로 묻어나고, 그 속에는 오래 참아온 눈물이 있습니다.
그 눈물은 아프지만 맑고, 슬프지만 따뜻합니다.
‘유방암 진단’이라는 단어 하나로 이미 인생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그 옆에서 울던 남편의 목소리, “5년만 더 살아”
그 말은 단순한 부탁이 아니었습니다.
남편이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사랑이었을 겁니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살아달라는 말로 마음을 전한 것입니다.
그런데 남편이 먼저 떠났습니다.
이 짧은 전환 속에 시간의 강이 흐릅니다.
그 강을 건너며, 시인은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손주의 결혼식에서도, 아들의 밥 한 끼에도,
며느리의 작은 선물에도 눈물이 났습니다.
모든 행복의 순간마다, 그 옆자리가 비어 있기 때문입니다.
‘울었다’는 말이 네 번 반복되었습니다.
그 울음은 단순한 눈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만이 흘릴 수 있는 사랑의 언어입니다.
이 시의 리듬은 그 울음의 호흡으로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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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 줄,
“오직 한 사람 / 남편이 / 없어서”
이보다 더 순수한 문장은 없습니다.
이 문장은 시라기보다는 기도문에 가깝습니다.
말이 짧을수록, 마음은 더 깊어집니다.
황화자 할머니는 한글을 배우고 처음으로 시를 썼습니다.
그 첫 시가 사랑 이야기였다는 게 참 아름답습니다.
문장을 배운 것이 아니라,
사랑을 다시 부르는 법을 배운 것입니다.
글자마다 남편의 이름이 스며 있고,
종이에 새겨진 글씨마다 눈물의 잉크가 배어 있습니다.
시인은 글을 썼지만, 사실은 ‘그리움’을 썼습니다.
글이 아니라 마음이 쓴 시였습니다.
이 시를 읽는 순간, 우리는 알게 됩니다.
한글은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배워지는 것임을.
시란, 기술이 아니라 한 사람을 오래 그리워하는 마음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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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연애편지이자,
삶의 페이지마다 적어나갈 사랑의 고백입니다.
배운 글이 아닙니다.
살아낸 삶이 만든 시입니다.
이보다 더 진실한 시가 또 있을까요.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