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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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어 간 한국 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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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숙희 시인
일제 말기 핍박 속에서도
나라의 혼과 국민 정서를
펜으로 지킨 역사
총 칼 보다 위대했던 문학
세계의 연륜이 쌓인
작가들 속에서
영광의 노벨 문학상으로
국위 선양한 젊은 혼
위태로웠던 조국을 위해
고통 속에서도 펜으로
싸웠던 문인들이시여,
광복절주기와, 한국문학사가
빛나는 80주기를 맞는
이 기쁨 속에 윤동주시인
서거 80주기가 함께 한
아! 트리플 감동 을사년이여,
이 역사적인
기념을 함께 하는 행사 속에
아름답고 강한 문학의 길
나의 스탭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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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어 간 한국 문학사〉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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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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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80년’이라는 거대한 시간의 문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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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숙희 시인의 〈세계로 뻗어 간 한국 문학사〉는 하나의 서정시이면서 동시에 문학사적 선언문이다.
한국문학의 근대 80년을 하나의 긴 호흡으로 꿰어내며, 우리 민족의 정신사, 해방의 서사, 그리고 윤동주의 순결한 별빛까지 한 축으로 세우는 시적 기록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기념 시가 아니라 역사, 문학, 국가, 세대의 숨결을 응축한 아카이브적 서정으로 읽힌다.
특히 “트리플 감동 을사년”이라는 표현은
*광복절 주기
*한국 문학사 80주기
*윤동주 서거 80주기
이 세 층위를 하나의 역사적 파동으로 묶어낸 독창적 구조적 성취다.
따라서 이 작품을 평론할 때, 단순한 비평 언어가 아니라 문학사 전체를 조망하는 역사비평적 시각과 미학적 성찰이 함께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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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근대 80년, ‘펜으로 지킨 역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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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첫 행은 한국문학의 근대사를 정확히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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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말기 핍박 속에서도
나라의 혼과 국민 정서를
펜으로 지킨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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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절은 식민지 문학의 핵심 목적을 직시한다.
그 시절 문학은 단순한 취미나 미적 유희가 아니라 <민족 보존의 최후의 인문학적 장기(臟器)였다.>
양심을 지킨 문인들---윤동주, 이육사, 한용운, 노산 이은상이 남긴 기록은 군사나 정치보다 더 깊은 힘을 가졌다.
총칼로는 멈출 수 없었던 ‘언어의 저항력’, 바로 그것을 시인은 “총 칼 보다 위대했던 문학”으로 압축한다.
여기에는 한 시대가 문학에게 얼마나 큰 역할을 요구했는지에 대한 깊은 역사적 인식이 있다.
문학은 총칼과 대립된 위치가 아니라, 총칼이 하지 못한 일을 수행한 정신의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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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과 ‘젊은 혼’-----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대한 서정적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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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연륜이 쌓인 작가들 속에서
영광의 노벨 문학상으로
국위 선양한 젊은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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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시인은 특정 개인을 넘어서 한국문학의 세계 문학적 가능성을 말한다.
이 대목은 다음 세 가지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한국문학이 더 이상 지역적 문학에 머물지 않고
세계문학의 큰 구조 속에 편입되었으며
다음 세대의 문학적 역량이 ‘노벨문학상을 논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암시한다.
특히 “젊은 혼”이라는 표현은, 노벨문학상이라는 결과보다 문학의 에너지, 정신, 순결성을 더 강조한 평가다.
문학은 나이가 아니라 정신력의 깊이로 읽힌다는 사실을 시인은 꿰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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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서도 펜으로 싸웠던 문인들’ --- 문학의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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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윤리를 이렇게 간명하게 표현한 구절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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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서도 펜으로
싸웠던 문인들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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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행간은 한 시대의 절규를 품고 있다.
윤동주의 옥중시, 이육사의 혁명 시, 만해의 독립 시…
그들의 문학은 생명을 걸고 얻은 잉크였다.
이 문장은 그들의 고통을 추모하는 동시에,
문학이 단순한 표현을 넘어 실존적 저항이었음을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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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감동 을사년’ 한국문학사의 거대한 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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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클라이맥스는 바로 이 대목이다.
“광복절주기와, 한국문학사가
빛나는 80주기를 맞는
이 기쁨 속에 윤동주시인
서거 80주기가 함께 한
아! 트리플 감동 을사년이여,”
이 구절의 독창성은
시간·역사·문학·민족정신을 하나의 연대기적 축으로 묶어낸 구조적 재능에 있다.
*광복 80주기
*한국문학 80년
*윤동주 서거. 8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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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사건은 우연한 동시성이 아니라,
한국문학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거대한 삼위일체적 서사다.
특히 윤동주 80주기와 ‘한국문학 80년’의 병치는
한국 근대문학의 출발점에 윤동주 정신이 자리함을 다시 확인하는 문학사적 선언이다.
이것은 바로 시인이 명명한 “트리플 감동”의 핵심이며,
이 기록적 구조 때문에 이 작품은 기념 시를 넘어서 문학사적 가치를 획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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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탭이 시작되었다’---- 개인적 서정과 문학사적 서사의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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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은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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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강한 문학의 길
나의 스탭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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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시인은 문학사 전체를 조망하는 거대한 서술에서
갑자기 ‘나’라는 개인적 시점으로 전환한다.
이것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다.
한국문학의 80년을 기리는 현장에서
“나 또한 이 발자국의 다음 주자다”라는
문학적 계승의 선언이다.
한국문학이 단절이 아니라
계속성, 연구, 창작, 기억, 전승의 흐름이라는 사실을 시인은 정확히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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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적 평가, 기록하는 시, 기억을 세우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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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숙희 시의 가장 큰 특징은 다음의 세 요소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기록성(Recordability) : 문학사가 그대로 담겨 있다.
서정성(Lyricism) : 시어는 간명하지만 감정은 깊다.
윤리성(Ethicality) : 문학의 사명과 책임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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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요소가 결합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기념 시는 건조하거나, 지나치게 설명적이거나, 감정에만 기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작품은 기록·감정·역사 모두가 균형을 이루며,
특히 윤동주 80주기와 문학사 80년을 하나의 축으로 세운 문학사적 독창성이 단연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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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다음 80년을 여는 선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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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어 간 한국 문학사〉는
한국문학의 80년을 기억하는 동시에
미래의 80년을 여는 출발선 같은 작품이다.
이 시는 과거를 회고하는 동시에
윤동주의 별빛을 끌어 오늘의 문학을 비추고,
문학의 계승을 자신의 스태프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기념 시이면서 미래문학 선언 시”라는 새로운 위치를 획득한다.
유숙희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한국문학의 위대한 계보를 ‘기억’했을 뿐 아니라,
그 계보 속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시인의 시는 바로
문학사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기여의 시적 선언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