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
〈아름다운 연인〉
■
신애경 시인
주말 오후 공덕역 오번 출구 쪽
파리바게트 앞 의자에
어여쁜 커플 나란히 앉아
단감통에서 과일 집어
여자 친구 입속에 넣어주고
남자 친구는 에이스 과자 하나 먹는다
무슨 이야기 저리도 즐거울까
아마도 일상의 이야기일 거야
노을이 물들듯
훈훈한 모습 바라보니
그들의 행복이 밀려오네
참 아름다운 연인이구나
장미보다 아름다워라
다이아몬드보다 빛나네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 없네
**************
■
〈도시의 한복판에서 피어난 일상의 사랑〉
■
박성진 문화평론
■
신애경 시인의 이 시는
도시의 분주함 속에서 피어난
소박한 사랑의 장면을 포착한 작품이다.
공덕역이라는 구체적 공간은
시를 읽는 이에게 실제적 체험의 감각을 열어 준다.
지나는 길목의 풍경이
문득 따뜻한 장면으로 변하는 순간,
시인은 그 작은 빛을 놓치지 않고 붙든다.
■
과일을 입에 넣어주는 동작은
과장 없이 진심이 묻어난 사랑의 손길이다.
이 장면은 이 시의 중심이자
사랑이 얼마나 일상 속에서 자라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이다.
화려함 없이 담백하게 그려낸 젊은 연인의 모습은
현대 도시의 차가움 속에서
더 깊은 온기를 전해 준다.
■
“아마도 일상의 이야기일 거야”라는 구절은
시인이 사람을 바라보는 깊은 시선을 드러낸다.
사랑은 늘 특별한 장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평범한 대화, 작은 손길,
그 안에서 빛나는 마음이 존재한다.
시인은 그 단순함을 귀하게 여긴다.
■
마지막 연의 찬탄은
오늘의 사랑이 얼마나 귀한지
시적인 언어로 다시 확인해 준다.
장미보다 아름답고, 다이아몬드보다 빛난다는 말은
값비싼 상징보다
지금 눈앞에서 반짝이는 삶의 순간이 더 소중하다는 선언이다.
■
신애경 시인은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보며 함께 따뜻해지는 마음,
사람을 축복하는 마음을 지닌 시인이다.
그 시선이 이 작품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이 시는 도시의 작은 기적이자,
사람의 온기를 잊어가는 시대에 건네는
따뜻한 선물이다.
■
공간의 감각
■
공덕역이라는 이름은
특별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누구나 지나치는 곳,
누구나 스쳐가는 역의 풍경 속에서
사랑이 피어난다는 사실은
도시의 시간에 작은 빛을 더한다.
시인은 그 공간을
평범함 속의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로 승화시킨다.
■
손길의 의미
■
과일을 건네는 손길은
말보다 먼저 사랑을 증명한다.
단 한 번의 동작이
연인의 관계를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문장이다.
이 시의 감정은 바로 그 손끝에서 비롯된다.
■
일상의 위대함
■
사랑의 진짜 힘은
특별함보다 평범함에 있다.
시인은 일상의 대화를 “즐거울 거야”라고 짐작한다.
그 짐작에는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온순한 마음이 담겨 있다.
■
노을의 색감
■
노을이 물드는 이미지가
시 전체의 감정을 부드럽게 감싼다.
흔들리지 않는 온기,
잠시 멈춰 선 듯한 시간의 결이
노을 속에서 빛을 발한다.
■
축복의 시선
■
화자는 연인을 바라보며
질투나 풍자 없이
오직 축복의 마음으로 말한다.
이 시의 미덕은
타인의 행복을 보며 기뻐할 수 있는 마음에 있다.
이 마음이 바로 시의 아름다움을 지탱한다.
■
비교의 언어
■
장미와 다이아몬드는
보편적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그보다 연인이 더 빛난다 말하는 순간,
시인은 사랑의 가치를 최상으로 높여 준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숭고한 신뢰이다.
■
따뜻함의 온도
■
이 시는 차갑지 않다.
어떤 날 선 문장도 없다.
부드러운 온도가 시 전편을 채우고 있으며
현대의 시에서 보기 어려운
드물고 값진 따뜻함을 지닌 작품이다.
■
감정의 완결
■
마지막 네 줄의 찬탄은
군더더기 없이 맑다.
사람이 사람을 보며 느끼는
가장 순수한 감정의 언어다.
이 솔직함이 시를 오래 남게 한다.
■
오늘의 시단에서 본 의미
■
이 작품은
파격보다는 본질을 선택한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 속에서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끌어올린다.
이 시는 시대가 잃어버린
따뜻한 감수성을 복원하는 문학이며,
일상이 가진 힘을 다시 보여주는 소중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