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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 심장이 아픈 이유를 몰랐습니다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심장이 많이 아팠습니다.


부정맥이라는 이름을 알기 전,

몸은 먼저 신호를 보냈습니다.

삼 초, 길면 사 초쯤

맥박이 끊기는 것 같다가

심장이 멈추었다가

부르르, 부르르 떨리는 느낌이 반복되었습니다.


열흘 전이었습니다.

동네 의원에서

기존 혈압약을 끊고

다른 약을 더 강하게 써보자는 말을 들었습니다.

설명대로 복용을 이어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혈압은 오히려 치솟았고,

그와 함께 심장은 점점 불안해졌습니다.


증상은 밤이 되면 더 분명해졌습니다.

여러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돌아온 말은 늘 같았습니다.

오랜 대기 시간.

아픈 몸으로 기다리는 일은

생각보다 버거웠습니다.


병원은 많았지만

그 순간,

몸을 맡길 수 있는 곳은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내 판단을 존중하며 새벽녘,

며칠 끊고 있던 혈압약을

조심스레 다시 먹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들었고,

몇 시간이나 깊게 잠들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심장의 차분함이었습니다. 아,

이렇게 조용해도 되는 거였구나,

그제야 숨이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다시 독일하트의원을 찾았습니다.

그동안의 상황을

차근차근 이야기했습니다.


김성희 원장님은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수치보다 먼저

몸의 변화를 물었고,

약을 바꾼 시점과

그 뒤에 일어난 일들을

차분히 짚어주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전처럼,

몸이 감당할 수 있었던 만큼만

원래대로 소량으로 다시 가보자고.

그 말은

처방이라기보다

안심에 가까웠습니다.

강하게 누르기보다

심장이 스스로

자기 리듬을 찾도록

옆에서 지켜보는 진료.

김성희 원장님의 치료는

그런 방향에 가까웠습니다.


그 후

심장은 예전처럼 서서히

안정된 박동을 되찾았고,

나는 불안 대신

신뢰를 안고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일을 겪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아플 때 필요한 것은

빠른 말이나 강한 처방이 아니라,

내 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의사라는 것을.

그리고 그 믿음이

치료의 시작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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