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1/80억 분의 1, 나》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

박성진

〈80억 분의 1, 나〉


80억 분의 1이라길래

처음엔

로또인 줄 알았다


아무도 응모한 기억은 없는데

당첨은 이미 돼 있었고

환불은 안 된다


나는

대체품도 없고

재고도 없고

AS는 더더욱 안 되는 존재다


신이 실수로

한 번 더 찍어낸 게 아니라

딱 한 번

시험 삼아 만든 것 같다


“이건 좀 별난데…”

하면서


생각은 괜히 멀리 가고

웃음은 엉뚱한 데서 새고

자랑할 건 딱히 없지만

지구에 하나뿐


80억 중에

굳이 나를 만든 이유를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삭제 버튼이 없는 걸 보니

일단은

통과다


그래서 오늘도

어깨를 편다


대단해서가 아니라

바꿀 수가 없다


80억 분의 1

이 정도면

자랑스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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