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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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80억 분의 1, 나〉
80억 분의 1이라길래
처음엔
로또인 줄 알았다
아무도 응모한 기억은 없는데
당첨은 이미 돼 있었고
환불은 안 된다
나는
대체품도 없고
재고도 없고
AS는 더더욱 안 되는 존재다
신이 실수로
한 번 더 찍어낸 게 아니라
딱 한 번
시험 삼아 만든 것 같다
“이건 좀 별난데…”
하면서
생각은 괜히 멀리 가고
웃음은 엉뚱한 데서 새고
자랑할 건 딱히 없지만
지구에 하나뿐
80억 중에
굳이 나를 만든 이유를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삭제 버튼이 없는 걸 보니
일단은
통과다
그래서 오늘도
어깨를 편다
대단해서가 아니라
바꿀 수가 없다
80억 분의 1
이 정도면
자랑스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