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유숙희 시인-미스트롯 열풍》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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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롯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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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숙희 시인


새해를 축복하듯

전파를 타고 퍼져나가는 천상의 목소리들

아름답고도 슬픈 사연

울리고 웃긴 새해 출발


병오년 첫날밤

잔잔한 여운을 남긴

감동의 도가니

참가자들마다 아픈 사연

노래로 열광했던 시간,


피에로 같은 삶

울면서도 웃어야 하는

모순 앞에서 즐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연극,


미스트롯의 영광이여,

병오년 행복한 출발이

피었다 지는 꽃이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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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의 문학적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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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단순한 방송 감상문이 아니다. 미스트롯이라는 대중적 현상을 시의 언어로 끌어안으며, 유행을 소비하지 않고 유행이 발생한 정서적 이유를 탐문한다. 대중문화는 여기서 가볍게 스쳐가는 대상이 아니라, 삶의 감정을 집약한 하나의 서사로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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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목소리라는 표현의 진실


‘천상’은 기술적 완성도를 뜻하지 않는다. 이 목소리들은 잘 불러서가 아니라, 말해주지 못한 사연을 대신 울어주기 때문에 높다. 노래는 음계를 넘어 감정의 고도에 이르며, 아름다운 청자는 고유의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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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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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고 웃긴 새해 출발”이라는 구절에는 트로트 미학의 핵심이 담겨 있다. 새해는 늘 희망의 얼굴을 하고 오지만, 그 희망은 언제나 눈물의 기억을 동반한다. 이 시는 감정을 단순화하지 않고, 복합 그대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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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밤이 지닌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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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오년 첫날밤이라는 시간의 지정은 시를 집단적 감상에서 개인의 체험으로 전환시킨다. 그 밤의 여운은 방송의 잔향이 아니다. 한 해를 건너갈 마음의 준비 상태에 가깝다. 시는 시간을 기록함으로써 감정을 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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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소비하지 않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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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의 아픈 이야기는 흔히 소비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 시는 사연을 앞세우지 않고, 노래를 중심에 둔다. 고통은 말로 팔리지 않고, 노래로 건너간다. 이는 시인의 윤리적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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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로의 은유가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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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로는 웃음을 직업으로 삼은 존재이다. 울면서도 웃어야 하는 삶은 무대 위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현대인은 모두 자신의 역할을 연기하며 하루를 견딘다. 이 시는 방송을 통해 우리의 얼굴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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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연극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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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연극은 체념이 아니라 통찰이다. 삶이 연극이라는 말은, 인간이 늘 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다. 시인은 이 인식을 가볍게 처리하지 않고, 조용한 수용의 자세로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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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지는 꽃에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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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은 찬사가 아니라 질문이다.

이 열풍이 단순한 유행으로 사라질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의 삶에 남을 것인지 묻는다.

시는 성공보다 지속을, 박수보다 존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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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문학적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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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롯 열풍〉은 대중문화와 문학 사이의 경계를 부드럽게 지운다. 설명하지 않고 느끼게 하며, 분석하지 않고 공감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 시에는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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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숙희 시인의 이 시는 방송을 노래했지만, 실은 삶을 말한다.

무대 위의 노래는 꺼져도, 그날 밤 마음에 남은 떨림은 오래간다.

이 작품은 바로 남아 있는 미세한 떨림의 여운을 기록한 시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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