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정종록 시인-별빛》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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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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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록 시인


누가 볼까 봐

석양 노을 지면

찾아오는 임


어둠 내리면

반짝이는

눈빛으로

다가오는데


밝은 달빛의

시샘으로

별빛 희미하여지니


피어오르는 안개

입김으로

밀어낸다


아쉬워하는

별님

내일 밤에도

기다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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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을 지키는 삶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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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록 〈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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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록 시인의 〈별빛〉은 사랑을 노래하는 시이면서, 자연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리듬을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가를 함께 사유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사랑은 드러내는 감정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보호해야 할 상태로 존재한다. 첫 구절 “누가 볼까 봐”는 이 시 전체의 태도를 규정한다. 중요한 것은 늘 조용히 다루어져야 한다는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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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 해가 완전히 기운 뒤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노을은 낮과 밤의 경계이며, 밝음이 물러나는 시간이다. 이 작품에서 만남은 환한 순간이 아니라, 사라짐의 시간에서 시작된다. 삶에서 진실한 것들이 대체로 소란을 피해 다가온다는 사실을 이 장면은 담담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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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려앉자 비로소 “반짝이는 눈빛”이 나타난다. 말보다 먼저 빛나는 것은 눈이다. 이 눈빛은 별빛과 닮아 있다. 크고 강한 빛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겨우 확인되는 미세한 빛이다. 설명보다 감각에 의존하는 이 관계는, 살아 있다는 느낌이 언제나 작은 신호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별빛은 오래도록 온전하지 못하다. “밝은 달빛의 시샘”으로 별빛은 희미해진다. 여기서 달빛은 더 강한 기준, 더 큰 시선, 더 밝은 욕망을 상징한다. 그런 빛 앞에서 조용한 진심은 늘 가려지기 쉽다. 그럼에도 시는 별빛이 사라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희미해졌을 뿐이다. 아직 남아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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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피어오르는 장면에서 시는 삶의 태도를 제시한다. 안개는 혼탁과 불안을 상징한다. 이를 밀어내는 힘은 거창하지 않다. “입김”이다. 가장 인간적인 숨, 가장 기본적인 생의 행위다. 삶이 흐릿해질 때 필요한 것은 거대한 결단이 아니라, 숨을 고르게 되찾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 장면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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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시는 산중의 벌을 떠올리게 한다. 벌은 요란하지 않게 날고, 꽃을 찾아가며, 매일의 반복으로 공동체를 지탱한다. 벌의 삶은 한 번의 비약이 아니라 꾸준한 리듬으로 이루어진다. 사람의 건강 역시 마찬가지다. 하루하루의 호흡과 균형이 모여 삶을 지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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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에서 별은 “내일 밤에도 기다린다”라고 말한다. 기다림은 체념이 아니라 지속의 의지다. 오늘이 흐릿해도 내일을 남겨두는 마음, 별빛이 다시 또렷해질 시간을 믿는 태도가 삶을 이어가게 한다. 이 기다림은 자연의 리듬과 닮아 있으며, 벌이 계절을 건너듯 인간 또한 시간을 견디며 자신을 지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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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록 시인의 〈별빛〉은 화려한 언어 대신, 쉽게 사라질 것 같은 감정과 빛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밝아지려 애쓰기보다, 희미해진 상태에서도 호흡을 잃지 않는 삶의 자세를 이 시는 차분히 드러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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