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정연수 시인-사랑은 거짓말쟁이》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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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거짓말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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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시인


사랑은

거짓말쟁이


미소 짓는 날에

내 임이 오시면

얼마나 좋으련만


내 곁에 계시다면

마음껏

안아 주고 싶네


기다림 속에

보고픔은 더 깊어지고


임의 품에 안겨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잠들고 싶다


지금쯤

어디쯤 오고 계실까


새벽달마저

잠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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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여는 조용한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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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정서는 밝은 설렘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첫 문장부터 “사랑은 거짓말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단정에는 분노도 조롱도 없다. 오히려 오래 기다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조용한 체념과 신뢰의 뒤섞임이 깔려 있다. 이 시는 사랑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사랑이 늘 약속한 시간에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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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거짓말쟁이”라는 체험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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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관념이 아니라 체험이다.

오겠다고 했으나 오지 않았던 시간들, 기대했으나 비어 있던 자리들. 그 반복 속에서 사랑은 거짓말쟁이가 된다.

그러나 이 거짓말은 악의가 아니라 시간의 어긋남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이 말에는 원망보다 이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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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면’이라는 가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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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짓는 날에 / 내 임이 오시면”이라는 구절은 사랑을 현재형으로 끌어오지 않는다. 이 시의 화자는 사랑을 억지로 당겨오지 않는다. 웃음조차 조건이 되는 이 가정법은, 사랑을 함부로 소모하지 않겠다는 선택이다. 기다림은 상처이면서 동시에 마음을 맑히는 과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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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언어로 내려오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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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 안아 주고 싶네”에서 시는 생각을 멈추고 몸으로 내려온다. 이 사랑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말보다 팔이 먼저 나가는 순간, 사랑은 가장 솔직한 형태를 띤다. 이 지점에서 시는 독자의 마음을 가장 가까이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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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 만든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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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픔은 더 깊어지고”에서 깊이는 고여 썩는 깊이가 아니다. 이는 둠벙의 물처럼 정화되며 깊어지는 감정이다. 기다림은 시간을 늘리지 않지만, 마음의 층위를 만든다. 이 시에서 보고픔은 상처이자 동시에 사랑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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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고 싶다는 고백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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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는 숨으로 / 잠들고 싶다”는 소망은 사랑의 종착이 아니라 안식이다. 깨어 있는 사랑은 늘 불안하지만, 잠드는 사랑은 신뢰 위에 놓인다. 이 화자는 사랑을 증명하려 하지 않고, 사랑 안에서 쉬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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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달이 잠든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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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의 “새벽달마저 / 잠드는데”는 고독의 과장이 아니다. 시간과 사랑 역시 잠시 멈춘다.

오지 않은 임과 잠든 달 사이에서 화자의 마음은 여전히 깨어 있지만, 그 깨어 있음은 절망이 아니다. 기다림을 견디는 고요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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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거짓말쟁이〉는 사랑의 환희를 노래하지 않는다.

대신 사랑을 믿으면서도 기다릴 줄 아는 인간의 태도를 보여준다.

거짓말처럼 늦게 오는 사랑 앞에서, 이 시는 떠나지 않고 머문다.

그래서 이 시는 조용한 서정시와 함께 해학의 제목처럼 누구나 부담 없이 가칭

《별을 사랑할 텐데》 《사랑이 오면》등의 제목을 정하여

사랑, 이별, 슬픔등의 다양한 서정시를 할 수

있도록 《둠벙》은 글을 길어 올리는 정연수 시인만의 글쓰기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둠벙 》은 곧 글이 정화되는 둠벙이 되어

시인의 또 다른 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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