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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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화가 전시장 평창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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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미술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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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 천경자
천경자~
그녀는 그림으로 버텼다
천경자의 그림 앞에 서면
먼저 말이 사라진다.
색이 말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색은 짙은 향기다.
곱게 보이려는 마음도 없다.
붉음은 뜨겁고,
보라색은 깊고,
검은 선은 묵직하며 살아 있다.
마치 한 사람이
오늘까지 살아온 시간을
한 번에 쏟아낸 것처럼 그림들은
페이지를 넘기며 그녀의 언어가 되었다
천경자는 세상을 그리지 않았다.
세상 속에서 자기를 그렸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풍경보다
얼굴이 많다.
그 얼굴들은 웃지 않는다.
웃을 수 없어서가 아니라
이미 너무 많이 웃어본 사람처럼
조용히 정면을 바라본다.
그 눈빛에는
사랑이 지나간 자리도 있고,
말하지 못한 슬픔도 있다
그래도 끝내 놓지 않은
자기 자신이 있다.
그는 미인을 만들지 않았다.
살아남은 얼굴을 남겼다.
천경자의 꽃은 피어 있지 않다.
이미 한 번 다 피었다가
다시 돌아온 것들처럼
크고, 무겁고, 짙은 향기다.
자연의 꽃이 아니라
기억의 꽃이 되었다.
잊히지 않기 위해
이름을 얻은 색들이다.
그는 동양과 서양 사이에서
길을 고르지 않았다.
유행도, 평가도
그녀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 삶이
붓끝까지 따라왔고,
그것을 표현했을 뿐이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은
아름답다기보다
짙은 향기가 난다.
보고 나면
한동안 말을 잃게 된다.
그림이 끝나지 않고
가슴속에서 계속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천경자 화가는 위로하지 않는다.
대신 곁에 앉는다.
“나도 여기까지 왔다”는 얼굴로
아무 말 없이 바라보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의 그림 앞에서
감상자가 아니라
같이 앉아 있는 사람이 된다.
천경자는 설명하지 않았다.
증명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오직
자기 색으로 끝까지 버텼다.
그리고 그 버팀 하나로
세계를 그림여행으로
천경자의 이름 석자 위에 짙은 향기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