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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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문화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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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의자
의자에 앉아 있으면
괜히
숨이 더 한 번 느려진다.
호흡도 길어진다.
그래도 괜찮다.
이곳의 기다림은
비어 있지 않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 안에서는
조용히 정리가 시작된다.
문 안에서는
급한 기척이 없다.
목소리는 낮고
말과 말 사이에는
침묵이 있다.
그 침묵이
사람을 안심시킨다.
진료실에서는
아픈 곳보다 먼저
하루를 묻는다.
밤에 잘 잤는지,
소화는 잘되는지,
요즘 몸과 마음이
좋으신지.
그 질문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아직
사람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기다림은
불안이 되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급히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트의원의 의자는
서두르지 않는다.
말없이
사람의 속도를
기다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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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칼럼》
왜 이 병원에서는 불평이 없을까
하트의원은
대기시간이 길다.
그럼에도
불평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기다림은
차례가 아니라
태도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의사는
환자를 대하듯 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으로 만난다.
그래서 진료는
빠르지 않다.
설명도 서두르지 않는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 동안
사람들은 이미 느낀다.
자신이
숫자가 아니라는 것을.
의료는 결국
기술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로 완성된다.
하트의원이 신뢰를 얻는 이유는
특별해서가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