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이담 안광석 ~새싹의 함성》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새싹의 함성


■□

이담 안광석


맑고 얇은

영롱한 미소로


화사한 바람과

가벼운 입맞춤


봄빛과 살 비비는

새싹의 사랑


피어오르는 무지갯빛


연둣빛 꿈

새싹의 용기에


봄비가 찾아와

사랑까지 주고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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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 새싹이

돌틈에서

얼굴을 내민다

그리고, 시의 새싹은 왜 함성으로 시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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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대신 몸으로 시작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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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설명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의미를 붙이려 하지 않고, 촉감과 표정으로 문을 연다.

“맑고 얇은 / 영롱한 미소”는 감정의 정의가 아니라, 막 태어난 존재가 세상과 맺는 첫 표정이다.

여기서 시는 말이 되기 이전의 상태, 존재가 막 몸을 얻는 순간에 가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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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음’이라는 생의 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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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다’는 말은 연약함이 아니라 아직 두꺼워지지 않은 가능성이다.

경험으로 굳지 않았고, 상처로 덧칠되지 않은 상태.

이 시에서 새싹은 강하지 않지만, 그 얇음 때문에 오히려 세상과 쉽게 맞닿는다.

시의 호흡 또한 그 얇음을 닮아 가볍고 끊어지듯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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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의 입맞춤, 세계와의 첫 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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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 바람과 / 가벼운 / 입맞춤”에서 바람은 배경이 아니다.

세계 그 자체다.

새싹은 세상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먼저 입을 맞춘다.

이 시가 사유보다 감각을 앞세우는 이유는, 삶이 언제나 그렇게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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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는’이라는 생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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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과 살 / 비비는 / 새싹의 사랑”

비빈다는 말에는 떨림과 망설임이 함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작은 결심도 있다.

새싹의 사랑은 선언이 아니라 접촉이며, 소유가 아니라 몸을 내미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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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갯빛은 결과가 아니라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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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오르는 무지갯빛”은 성취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이 시에서는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무지개는 잡히지 않고 설명되지 않으며, 잠깐 피어오르는 감각의 흔적으로만 남는다.

이 절제는 시가 욕심내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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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 꿈, 아직 이름 없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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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은 완성된 초록이 아니다.

이 시에서 꿈은 목표가 아니라 색의 상태로 존재한다.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이미 자라고 있다는 감각.

시인은 미래를 약속하지 않고, 자람 그 자체를 긍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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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란 크게 외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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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의 / 용기에”

이 용기는 투쟁도 결의문도 아니다.

단지 땅을 밀고 올라온 사실, 그 자체가 이미 충분하다.

이 시는 용기를 영웅화하지 않고, 살아 있으려는 태도로 낮춰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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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는 보상이 아니라 응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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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 찾아와 / 사랑까지 / 주고 가네”

봄비는 새싹이 잘해서 오는 것이 아니다.

새싹이 먼저 존재했기 때문에, 세상이 뒤늦게 응답하듯 찾아온다.

이 시에서 사랑은 요구의 결과가 아니라 만남의 부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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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시의 함성은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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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함성’이지만, 이 시 어디에도 고함은 없다.

함성은 소리가 아니라 태도의 총합이다.

조심스럽게 비비고, 얇게 웃고, 끝내 얼굴을 내미는 것.

이 시가 도달하는 마지막 문장은 단순하다.

살아 있음 자체가

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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