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문학박사 김민정 ~다시 삼일절》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


다시 삼일절


김민정 시조


그날의 만세소리

나의 창 흔들었다


세월은 파란만장

파도처럼 넘나들고


참았던 깃발을 든다

아침이 나부낀다


삼일절은 기념일이 아니다.

그것은 한 번 외치고 끝난 날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이다.


김민정 시인의 「다시 삼일절」은 역사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개인의 자리로 끌어온다. “그날의 만세소리 / 나의 창 흔들었다”라는 구절에서 삼일절은 교과서 밖으로 걸어 나온다.

만세는 광장의 함성이 아니라, 내 방의 창을 직접 두드린 현실이 된다.


‘흔들었다’는 완료형이다.

이미 일어났던 사건이다.

그러나 그 흔들림은 끝나지 않는다. 한 번의 진동은 기억으로 남고, 기억은 태도가 된다.


“세월은 파란만장 / 파도처럼 넘나들고”


여기서 시간은 현재진행형이다. ‘넘나들고’라는 말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적 움직임이 담겨 있다. 우리는 여전히 격랑 속에 있다. 독립 이후의 환희와 좌절, 분단과 상처, 화해와 갈등이 파도처럼 오가고 있다.

역사는 멈추지 않는다.

끊임없이 건너가고,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이 시조의 중심은 마지막 연이다.


“참았던 깃발을 든다”


‘든다’는 단호하다.

회상이 아니라 결단이다.

깃발은 상징이지만, 동시에 행위다.

누군가 들어 올릴 때에만 역사는 현재가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행.

“아침이 나부낀다”

아침은 기다린다고 오지 않는다.

깃발이 들릴 때, 비로소 펼쳐진다.

빛은 행동 뒤에서 온다.


김민정 시인의 「다시 삼일절」은 짧지만 단단하다.

이 시조는 삼일절을 과거의 함성으로 두지 않는다.

지금 다시 드는 태도로 세운다.

삼일절은 지나간 날이 아니다.

오늘 우리가 어떻게 서 있는가의 문제다.

작가의 이전글박성진 《청민 박철언 ~봄이 오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