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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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별은 빛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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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석인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했던
그임은 가셨습니다.
온 국민의 슬픔과 애도 속에서
그러나 그임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우리 가슴속에 머물고 계십니다.
무궁화를 사랑하고
백목련을 좋아하셨던 그임은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비가 오나 눈이 내리나
바람이 불어와도
오로지 구국일념으로
가난을 물리치고 조국 근대화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일이라면
보람이고 행복이라 했습니다.
첨단 과학으로 자주국방으로
통일하는 것을 소원이라 하셨는데
지금 어디 계시나요?
고속도로를 달릴 때마다
고마움으로 감사하는 우리,
언제 오시려나요?
구미시 상모동 생가 섬돌 위에
한 켤레 빛바랜 고무신은
오늘도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오천만의 민족 지도자
우리는 그임을 떠나보내고
한 때는 유신독재자라 불렸지만
지금도 그리워하고
영원히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늘의 별은 지금도 반짝이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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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남은 기억, 역사로 남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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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박정희 대통령**을 향한 추모의 정서를 담은 작품이다. 그러나 이 시의 중심은 정치적 주장보다 ‘기억’에 있다. 시인은 이름 대신 “그임”이라는 표현을 반복한다. 이 호칭은 단순한 존칭을 넘어, 이미 떠났지만 여전히 현재형으로 존재하는 인물을 부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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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구조는 분명하다.
부재(가셨습니다)와 현존(떠나지 않았습니다)의 대비.
죽음은 과거형이지만, 기억은 현재형으로 남는다.
무궁화와 백목련은 상징적이다.
무궁화는 국가, 백목련은 순백의 이미지. 자연의 사물을 통해 한 지도자의 가치와 기품을 은근히 환기한다.
과장된 찬가가 아니라, 차분한 회고에 가까운 어조가 시를 안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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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고속도로를 달릴 때마다”라는 구절은 중요하다. 고속도로는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라 산업화 시대의 집단적 기억이다.
이 대목에서 시는 개인적 애도를 넘어 한 세대의 체험으로 확장된다.
일상의 풍경 속에서 지도자는 반복적으로 호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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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고무신”은 이 시의 가장 서정적인 장면이다.
거대한 역사적 인물이 한 켤레의 신발로 축소된다.
그 신발은 세월과 노동, 가난했던 시절의 기억을 품는다.
추모시는 인물을 크게 세울 때보다, 작게 놓을 때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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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 때는 유신독재자라 불렸지만”이라는 한 줄은 의미심장하다. 시는 논란을 지우지 않는다. 역사적 그림자를 인정하면서도, 결국 감정은 ‘그리움’ 쪽으로 기운다.
이것이 이 시의 정서적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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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행, “하늘의 별은 지금도 반짝이고 있는데.”
별은 죽은 이를 상징하는 오래된 은유다. 동시에 영원성의 이미지다.
빛은 사라졌으나, 그 빛은 아직 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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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논쟁의 시가 아니다.
한 시대를 통과한 사람들이 품고 있는 기억의 방식,
그리고 떠난 지도자를 바라보는 한 방향의 감정 기록이다.
별은 밤하늘에 남아 있다.
그리고 기억은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 다른 밝기로 반짝인다.
*시인은 대한민국의 장교로 교수로 양 어깨에 빛나는 견장을 반짝이며 젊은 날을 나라를 위해 현역장교로 보내었다.
이제는 또 하나의 삶을 시인으로 문학의 견장을 가슴에 품었다.
서산의 해가 아닌 중천에 떠있는 따뜻한
시인이 되어 나라와 시가 무엇인지를
전하는 마이크를 잡은 손이 부끄럽지 않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