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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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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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눈 많은 나라에서
한 사내의 꿈이
천천히 몸집을 키웠다
붉은 광장 위로
깃발이 바람을 타고
높이 펄럭이던 날들
세상은 잠시
그 목소리를
큰 강처럼 들었다
그러나 시간은
말보다 오래 흐르고
눈은
모든 발자국을 덮어 버린다
멀리까지 가겠다던
그 거친 꿈도
겨울 끝자락에서
조용히 숨을 고른다
저녁이 내려앉은
크렘린 창가에
흰 눈만 쌓이고
문득 묻게 된다
큰 야망도
결국은
햇빛 한 번에
쉽게 녹아버리는
눈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