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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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탄피의 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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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전쟁이 스쳐 간 들판에
탄피 하나 남아 있다.
불꽃을 떠난 쇠껍질,
이제는
흙의 온기 속에서 식어 간다.
북쪽의 긴 겨울 속에서
푸틴의 꿈은 아직 눈을 밟고 있고
우크라이나의 밤에는
드론의 작은 불빛이
별처럼 떠다닌다.
사막의 바람 너머
미국과 이란의 긴 그림자가
서로의 모래를 흔든다.
세상은 서로를 끌어당기며
잠들지 못하는 밤.
베이징 깊은 창가에
한 사람이 서 있다.
바둑돌 하나 놓듯
생각 하나를
천천히 내려놓는다.
총성은 빨리 지나가지만
시간은
그렇게 서두르지 않는다.
들판에 남은 탄피 하나.
작은 쇳조각이
지구를 조금
더 무겁게 만든다.
그래서 어떤 밤에는
말 한마디보다
긴 침묵이
세상의 방향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