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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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에도 닿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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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땅속 깊이
콘크리트를 겹겹이 두르고
철문을 잠가도
세상 돌아가는 소리는
흙을 타고
어둠 속으로 스며든다.
밤이 되면
벙커 위로
바람 같은 말들이 지나간다.
대양을 건너온 목소리 하나.
트럼프.
사람들은
웃으며
그를 트통령이라 부른다.
그 거친 말 한마디가
압록강 바람에 섞이면
평양의 어두운 창가에도
잠깐
깊은 정적이 내려앉는다.
철문은 단단하지만
바람까지 막지는 못한다.
어떤 밤에는
벽 너머에서
세상이
조용히 문을 두드린다.
독재자에게
가장 무거운 선물은
폭탄이 아니라
언젠가
문이 열린다는
그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