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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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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夕江 김석인
올 때도
빈손이었고
갈 때도
빈손이다
그 사이에서
사람은
내 것이라 부르며
손을 꽉 쥔다
그러나 하늘은
비어 있어
모두를 품고
강물은
머물지 않아
바다에 닿는다
비워 둔 자리
그곳에
은혜가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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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와서, 비움으로 남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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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고 나면
괜히 손을 펴 보게 됩니다.
무언가를 놓친 사람처럼 이 아니라
괜히 힘을 주고 있었던 사람처럼.
우리는 늘 쥐는 법부터 배웠습니다.
성공도, 명예도, 사랑도
내 것이라 부르며 붙잡아야
비로소 존재가 단단해진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시인은
처음과 끝을 한 줄로 접어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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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때도 빈손, 갈 때도 빈손.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쪽이 조용히 깨달음으로
다가옵니다.
아,
그토록 애써 모아 온 것들이
영원한 소유는 아니었구나.
시선은 ‘그 사이’에 머뭅니다.
태어나서 죽기까지,
우리가 전부라고 믿으며 살아온 시간.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다툼도,
결국은 잠시 머물다 가는 숨결 같은 것임을
시인은 낮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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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꽉 쥔다”는 구절은
그래서 더 아프게 다가옵니다.
잃을까 두려워 쥔 손,
비어 있는 줄도 모른 채 힘만 주던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는 다그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한마디 뒤에
하늘이 열립니다.
비어 있어서
모두를 품는 하늘.
가득 채운 마음은
누군가를 들일 자리가 없지만,
비워 둔 마음은
세상을 안을 수 있다는 단순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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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도 그렇습니다.
머물지 않기에
바다에 닿습니다.
붙잡지 않기에
더 멀리 갑니다.
자연은 이미 알고 있는 이치를
사람만 모른 척 살아온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마지막, 따뜻한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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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 둔 자리 그곳에 은혜가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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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는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머물러 주는 것.
비워 둔 사람에게
조용히 내려앉는 숨결 같은 것입니다
이 시는 가르치지 않습니다.
높은 곳에서 말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우리 곁에 앉아
살며시 손을 펴 보라고 말합니다.
조금은 놓아도 괜찮다고.
비워야
비로소 채워진다고.
그래서 이 시는
읽는 동안보다
덮은 뒤에 오래 남게 됩니다.
마음 한쪽에
가만히 머무는
빈손의 온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