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남해 다랭이마을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새벽바람이 바다 냄새를 밀어

올리면 산비탈 마을이 먼저하루를 연다

농기계는 오르지 못하고 사람의 어깨가

길을 만든다


모판을 둘러멘 채 돌계단 같은 논둑을

오른다 한단 한단 디딜 때마다

호흡은 실처럼 가늘어지고

허벅지는 불이 되어 달아오른다


이마에 맺힌 땀 소금기 어린 물방울이

볼을 타고 흙 속까지 스며든다

몸속 깊은 곳의 바다가 논으로 흘러

들어간다


허리를 낮춰 모를 심는 동안

하늘이 물 위에 내려와 눕고

햇살은 등에 차곡차곡 쌓인다


삽을 한 번 뜰 때마다 하루가 조금씩

닳아가고 모 한 포기 심을 때마다

계절이 조용히 뿌리내린다


저녁이 오면 층층의 논마다 노을이 고이고 오늘 흘린 땀과 견뎌낸 시간이 그 속에 잠긴다 오늘도 논배미는 소와 내일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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